南北철도·도로연결 착공으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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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18-12-27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협력사업 기반 다져… 최종 변수는 대북제재 완화   
  
남북이 12월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열었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협력사업 기반을 다졌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전제이자 한반도 신(新)경제구상의 기본 토대이다.

착공식은 판문역 앞 북측이 마련한 행사장에서 25분간 진행됐다. 남북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북측은 추운 날씨를 감안해 좌석마다 무릎담요와 핫팩을 배치했다.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서로 다른 데 방점을 찍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에서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 속도도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때문에 남북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김현미(위 사진 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윤혁(김 장관 왼쪽) 북한 철도성 부상이 12월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철도 침목에 서명하고 있다. 김 장관은 침목에 “함께하는 평화번영, 함께하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아래 사진 왼쪽), 김 부상은 “동·서해선 북남 철도 도로 련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기념하여”라고 적었다.       

반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동아시아 경제협력이라는 큰 그림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기념사에서 “남북을 이어준 동맥은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우리의 경제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기업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아시안 하이웨이를 통해 운송기간을 단축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편익은 남북이 함께 향유할 것”이라고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북측 구간은 노반과 레일이 노후화돼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최근 남북 공동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물류망의 중심인 철도 현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를 거쳐 유럽까지 닿을 수 있는 연결망 구축에 기대가 크다. 남북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업인 셈이다. 남북 도로 연결 역시 한반도 전역에 퍼져 있는 도로망을 정비하는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착공식에 참석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베이징(北京)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동행한 남측 재계 인사들에게 ‘냉면 목구멍’ 발언을 해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남측 기자가 착공식 소회를 묻자 “감개가 무량하다”며 “(공사 시기는) 남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29일 守岩칼럼- 南열차 10년만에 北달린다… 참조>   
    
‘서울역→판문역’ 승차권 쥔 참석자들 경의선 중단 10년만에 특별열차 탑승     

‘서울(Seoul)→판문(Panmun)’ 승차권을 쥔 사람들이 몸을 싣자 9량짜리 특별열차 새마을호 4201호가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 8시48분, 서울역을 출발한 지 1시간 40분만에 열차는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경의선 운행 중단 이후 10년 만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여섯 번째부터)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북 주요 인사들이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2월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에는 저마다 사연을 안고 설레는 표정을 짓는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2008년까지 경의선을 운행하고 퇴직한 ‘경의선 마지막 기관사’ 신상철씨는 열차 안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처음 경의선을 운행하던 때의 사진을 보여줬다. 신씨는 “2007년 12월 이철 코레일 사장한테 신고하던 모습”이라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언제 거기를 한번 갈까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김금옥(86) 할머니의 마음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김 할머니는 “실향민들이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우린 나이가 많잖아요. 기차 타고 가보는 게 저희들 큰 희망입니다”라고 말했다.    
▲ 12월26일 오전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남북 정부 관계자들이 철도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남북이 끊어진 철길을 이어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완성하면 북한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철의 실크로드’가 만들어진다.     

착공식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최종환 파주시장, 한국철도공사 등 철도 관련 공공기관 대표,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와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배국환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 우리측 약 100명과 북측 관계자 약 100명이 참석했다.

각 정당 원내대표도 초청됐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했으나 자유한국당 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이라며 “기업 같으면 주가조작 혐의라도 갖다 붙일 그런 착공식”이라고 비난했다. 남북공동행사 때마다 구설에 올랐던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특별한 언행이 없었다.   

◆‘미싱 링크(missing link·단절구간)’ 연결의 꿈

착공식은 남북 간 철도연결을 넘어 육로상 ‘섬’이었던 대한민국의 교통망이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유럽을 잇는 꿈에 다가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하는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유엔 에스캅(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사무총장은 이날 1시간짜리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訪韓)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유엔 에스캅 총회에서 아시아육상교통기반시설계획(ALTID)을 추진키로 의결한 뒤 회원국들은 아시아횡단철도(TAR) 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도라산-부산 구간 등이 TAR 국제철도노선이다. 한국, 북한 모두 협정이 발효된 당사국이지만, 지금까지는 남북 대립 때문에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 우리나라 국제철도망은 이름만 국제철도망이었을 뿐 세계 철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북한은 2012년 협정을 체결하고 수년 만에 국제 철도노선 편입에 한발 다가서게 된 셈이다.

해외 인사들은 축하와 함께 향후 자국과의 협력을 당부했다. 열차 안에서 김 장관의 인사를 받은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은 “역사적인 날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착공식이 앞으로 남북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옌 허시앙 중국 국가철도국 차관보는 “나중에 평양을 거쳐서 서울에 내려갈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행은 결국 비핵화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12월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남북 간 ‘혈맥 잇기’라는 상징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의 착공사와 침목 서명식, 궤도 체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 장관은 착공사에서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우리의 경제지평을 대륙으로 넓혀 줄 것”이라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고 교류협력을 증진시킬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착공식 개최’ 합의가 이행된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북한 비핵화 진전에 맞춰 제재가 해제돼야 공사가 이뤄질 수 있다. 이번 착공식은 한·미(韓美) 워킹그룹(working group)의 사전 조율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 열릴 수 있었다. 남북이 합의했다고 해서 철도·도로 연결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정부가 착공식과 관련해 사업 시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착수식(着手式)’ 성격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에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풀 의도가 전혀 없다. 북·미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철도·도로 연결공사뿐 아니라 모든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벽에 부닥치게 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의 잇단 유화 메시지를 외면한 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김윤혁 부상은 착공사에서 “북남 철도·도로 협력의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의 현실을 외면한 억지 주장이다.

정부는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번 제재 면제도 착공식 개최까지다. 실제 공사에 착수하려면 다시 제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성급한 추진으로 한·미 사이의 갈등을 키우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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