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도 왜 저출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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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18-12-29


다문화 가정도 5년째 '출산율 감소'…2017년 신생아 수, 전년 대비 5.1% 하락
   
    
다문화 가정에서도 출산율이 5년째 감소 중이어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저출산' 경향이 다문화 가정에서도 굳어져가는 모양새다. 통계당국은 "한국인 부부의 출산패턴과 거의 유사해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11월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다문화 부부 슬하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8440명으로, 1년전 1만9431명보다 991명(5.1%)이 줄어들었다. 집계가 시작된 2008년(1만3443명)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다문화 출생아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12년(2만2908명)과 비교해선 약 4500명이나 적다.

다문화 가정의 출산이 줄어든 것은 결혼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7년 결혼한 다문화 부부는 조금 늘긴 했으나 그전까지는 내리 감소 추세였다. 다문화 혼인은 2010년(3만5098건) 정점을 찍고 6년 동안 1만 건 이상이 줄어왔다. 과거 국제결혼이 급증하던 시절, '베트남 어린신부'와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 정부도 결혼이민자 비자발급 기준이나 결혼중개업자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2017년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가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전체 한국인 출생아 수가 더 가파르게 줄어든 탓이다.

◆'외국인 새댁' 최다는 베트남, 태국도 늘어…"韓流타고 왔다"

다문화 결혼을 택한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이 27.7%로 가장 많았다. 중국이 25%로 뒤를 이었다. 이 둘은 앞서 2016년 역전됐다. 그밖에 특징으론 태국 국적의 신부가 4.7%로 전년(3.3%)보다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부는 한류(韓流) 열풍이 이같은 경향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6년도부터 베트남 출신자의 혼인건수가 증가했고 지난해엔 특히 태국에서 결혼 이민자가 급증했다"며 "특히 태국의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무사증 제도가 있어 국내 입국자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한류는 계속 감소세였던 다문화 혼인을 2017년 소폭 반등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1917건으로 전년대비 1.0%(208건) 반등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혼인에서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3%. 전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다문화 혼인의 유형별로는 외국인 아내(65.0%), 외국인 남편(19.6%), 귀화자(15.4%) 순이었다. 특히 귀화자 혼인이 전년대비 4.0% 늘었다.  

◆다문화 부부, 결혼 8년차에 이혼…이혼 42%는 법정 간다 

다문화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은 7.8년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인 2008년보다는 4.1년이 길어졌다. 이때 평균 결혼생활이란 실제 결혼생활을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이혼하기까지의 시간이다. 결혼해 함께 사는 기간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5년도 채 안돼 이혼하는 부부가 34.1%로 높았다. 나이로 보면 남편은 48.7세, 아내는 38.9세쯤에 이혼을 택했다.  

유형별로 보면 '한국남자+외국여자' 부부가 이혼한 경우가 48.2%로 가장 높았다. 한쪽 또는 양쪽이 귀화자인 경우가 37.6%로 뒤를 이었고, '한국여자+외국남자'의 경우가 14.2%로 나타났다. 또 다문화 부부 중 이혼하는 이들의 42.1%는 재판이혼을 했다. 원만하게 얘기가 잘 돼 협의이혼하는 경우는 57.9%였다. 재판이혼 비율은 국내 부부(19.5%)의 두 배가 넘는다. 다만 다문화 부부에서도 재판이혼 비율은 점차 줄고 협의이혼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혼을 택하는 다문화 부부 중 36%는 미성년자녀를 두고 이별했다. 이 숫자는 전년(32%)보다 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다문화 가정이 저출산하는 이유    

다문화 가정에서도 한국인과 외국인 간 국제결혼 건수가 줄어든 데다 산모의 출산 연령이 높고 첫째아이 출산 비율도 낮은 편이다. 다만 둘째아이와 셋째아이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인과 외국인이 국제결혼한 가정에서도 저출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신생아 중 국제결혼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를 넘긴 것은 전체 출생아 수가 워낙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출생아 수도 줄었지만, 일반 한국인 가족에 비해 그 감소 폭이 작았던 것이 그 핵심 원인이다.

출산은 부부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이민자의 출산력은 출신국에 따라 다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출산국 출신 이민자의 자녀 수가 그렇지 않은 나라 출신 이민자의 자녀 수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많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출신국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고출산 성향을 보이는 나라와 중국, 일본 등 저출산 성향이 강한 나라가 섞여 있다. 남성 결혼이민자의 출신국은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출산 성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배우자인 한국 여성의 출산력 수준은 여느 한국 여성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이민자 출신국에 따른 차이는 그들의 한국 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든다. 그들 역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자녀 수보다는 자녀 양육과 교육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인구학자들은 출산력을 결정하는 변수 중 ‘자녀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결혼이민자도 한국문화에 적응하면서 자녀 가치관을 ‘아이를 적게 낳아 잘 기르는 것’으로 바꾸고 있다. 그들이라고 한국사회에서 저출산 원인으로 지적되는 취업, 직업 불안정, 자녀 양육·교육 부담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다문화 아이에 대한 학교 폭력과 사회적 차별은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 출산 의향을 옥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의 핵심 내용, 즉 ‘출산장려 정책’에서 ‘삶의 질(質) 개선으로의 전환’은 시의적절하다. ‘부부와 아이가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교육,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 아동수당 지급, 지역사회 내 돌봄여건 확충,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 등의 정책을 적시했다.

하지만 ‘삶의 질 개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집단별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 중산층과 저소득층, 일반 한국인 부부와 다문화가족 부부가 직면한 사회적 환경이 다르고, 그들의 ‘삶의 질’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의 저출산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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