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앙공동체인가…혼삶 시대 ‘아나뱁티스트’가 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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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19-02-11

문명利器 거부하고 초기교회 공동체 모습 유지하며 예수의 가르침 따라 사는 사람들   

첨단 과학문명을 선도하는 미국에 살면서도 말과 마차를 타고 다니며 단순 소박한 삶을 지켜가고 있는 그리스도인 마을을 아미시(Amish)라고 한다. 주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인디애나 등 여러 주(州)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다. 이들은 농촌 지역에만 거주하며 자동차 등을 거부한 채 말과 마차를 타고 다니고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건강성과 안녕을 우선시하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에서 18세기의 검은 모자나 검은 양복을 상용하고 마차를 사용하며, 보석·자동차 등 문명의 이기(利器)를 거부하고 예배당도 없이 신자 개인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남자는 구레나룻을 기르고, 여자는 19세기식 보닛을 쓰며, 유럽 옛 농민의 풍속을 답습해왔다. 병역기피, 아동의 취학거부 등의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던 정부의 설득으로 이후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 근대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박사학위 연구를 진행한 거투르드 앤더스 헌팅턴을 비롯한 인류학자들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아미시들이 인류 역사에서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류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는커녕 20년마다 두 배로 인구가 증가하는 뜻밖의 결과를 나타냈다. 아미시는 1900년엔 600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33만여명으로 집계된다.    

지난 1월1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아나뱁티스트 콘퍼런스’에서 캐나다 메노나이트(Mennonite)교회 선교부 김복기 목사가 발표한 내용이다. 이날 콘퍼런스는 ‘아나뱁티스트들이 살아온 오랜 방식-공동체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최근 국내에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을공동체운동의 원조 격인 아나뱁티스트 콘퍼런스가 열리자 청중 150여명이 참가해 5명의 목사와 교수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열띤 질의·응답을 펼쳤다.

메노나이트(Mennonite)는 교회 그룹으로 퍼져 현재 9624개 교회에 146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네덜란드의 종교개혁자 메노 시몬스(Menno Simons)에 의해 생겨난 재세례파 중 최대의 교파를 형성하고 있다.        

◆산상수훈의 부르심에 응답한 삶 선택    

아나뱁티스트는 ‘재세례파(再洗禮派)’라는 뜻이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성인이 되어 자발적 의지로 세례를 받아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삶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500년전 루터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운동이 관 주도개혁에 머무르자 초기교회의 공동체적 모습 그대로 살아가겠다고 나섰다. 이들에 대해 발표자인 침례교신학대 김난예 교수는 ‘산상수훈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로 정의했다.     

아나뱁티스트들은 어떤 명분으로도 살상과 총기와 유아세례를 거부하는 삶을 택해 군부와 가톨릭, 주류 기독교로부터 모진 박해를 받고 쫓겨 다니면서도 사랑과 비폭력의 삶을 이어오면서 인류사회에 큰 영감을 주었다. 2006년엔 미국 필라델피아 아미시의 한 학교에 침입한 범인이 10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죽고, 5명이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그날 해가 지기도 전에 범인을 조건 없이 용서하고. 답지하는 성금을 범인의 아내와 세 자녀에게 먼저 할애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범인의 가족들을 식사에 초대해 위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 마차를 탄 아미시의 아이들       

◆혼삶 시대에 왜 공동체를 찾을까    

아나뱁티스트로는 국내에 영국의 부르더호프공동체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브루더호프처럼 고군분투하는 밝은누리공동체와 은혜공동체, 오두막공동체, 민들레공동체, 사랑마을공동체 등 기독교공동체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런 공동체적 고군분투는커녕 인간 자체를 귀찮아하며 함께 하기를 거부하는 문화가 대세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가장 효율적으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A4용지 한장 크기의 케이지에 갇힌 양계용 닭들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철망을 치고 스스로 케이지에 갇혀 스마트폰으로만 소통하는 모습은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던 한국사회에서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상황이다. 한국은 이제 전세계에서도 디지털 의존도가 가장 높아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에만 코를 박고, 가까이에 가족과 동료들이 있어도 하나같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인간과 인간의 접촉이 줄어드는 매트릭스 세계로 빠르게 전환돼가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혼인율과 출산율은 떨어지고, 1인가구 비율은 가장 빨리 상승하며, 초고령화는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 거대자본에 의해 조종되는 매트릭스에 의해 공동체는 뿌리부터 뽑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이 멀어질수록, 창조질서가 맘몬의 지배 질서로 바뀔수록 원래의 에덴동산을 회복하려는 갈망도 커지게 마련이다. 산업화, 도시화와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면서 핵가족화와 혼삶(혼자 사는 삶)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공동체적 삶에 동참하는 이들이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설은주 ‘하늘숲-좋은나무공동체’ 목사는 “관계가 깨져가고 있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내 보고 싶은 욕구의 분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난예 교수는 “현대사회가 물질적 부(富)만을 추구하며 생긴 불평등으로 인한 온갖 문제의 해결책이 공동체에 있고, 특별히 장애인과 노인 등 어떤 사람도 소외되지 않은 사회의 필요성으로 공동체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복기 목사는 “통상적인 조직들은 실패하면 서로 욕하고 흩어지기 마련인데, 아나뱁티스트들은 성공과 실패까지 공유해 왔다”며 지속성의 비결을 설명했다.  
▲ 지난 1월19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아나뱁티스트 공동체 콘퍼런스    

◆갈등과 두려움 넘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 등에서 300여명이 공동체로 살아가는 밝은누리 대표 최철호 목사는 “‘나도 다 해봤는데, 다 부질없는 이야기야’, ‘생각은 좋은데 현실에 맞지 않아’라는 생각들은 그 자체가 불신앙, 체념적 삶의 표현”이라며 “일상에서 늘 욕망을 조작하고 불안을 조장해 생명을 고갈시키는 시대 우상이 강요하는 삶에서 탈주해 먹고 입고 자고 즐기는 생활양식과 결혼·임신·출산·육아와 수련, 치유, 교육, 노동, 놀이 등 구체적인 삶에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개인이나 가정 단위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관계망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스 메노나이트 동북아 책임자는 인종차별의 본거지라는 미국 미시시피주 수도 잭슨에서 백인과 흑인들이 섞여 살던 공동체에서 겪은 갈등 사례를 들려주며 화해를 위한 3단계 과정을 이렇게 제시했다. 첫째 사회적 긴장과 트라우마의 진실, 억압, 특권을 극복하려면 정면으로 부딪히고, 애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둘째 진실이 없는 사랑은 거짓이다. 셋째 기독교공동체 화해의 핵심에는 자기 부인이 있어야 한다. 

◆고독하고 소외된 노인을 위한 공동체    

이날 콘퍼런스에선 아나뱁티스트들이 만든 새로운 공동체들도 소개됐다. ‘그린크로프트’라는 ‘돌봄의 공동체’는 1922년 미국 인디애나주 뉴 칼리슬의 30만평 숲에 설립돼 150명의 메노나이트 도우미들이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배우자를 잃고 홀로 남은 65세 이상 노인들과 함께 총 270명이 살아간다. 또 고센 공동체엔 550명의 전문의료인 및 간호인을 포함해 노인 등 1200명이 살아간다. 공동체 내엔 예배당과 소규모 예배실, 상담실, 도서관, 컴퓨터실, 영화관람실, 오락실, 각종 모임방 등이 있고, 건강한 이들은 은퇴 후에도 이곳에서 직업을 갖고 파트타임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에 나선다.     

김복기 목사는 “돌봄의 공동체는 양로원이 아니라 메노나이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청지기의 삶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면서 “이 공동체들은 외진 곳에 있지 않고 도시 끝자락에 있어 도시 내 자녀들 및 친척들과 공동체성을 잃지 않고 연결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노령화와 혼삶으로 소외와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되는 한국사회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한 공동체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는 어떻게 탄생했나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의 탄생은 역사적으로 두 가지 사건에 기인하고 있다. 첫 번째는 1952년 6.25한국전쟁이 한창 일 당시 수십 명의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이 당시의 황폐해진 한국 땅에서의 물자 원조, 교육, 사회 복지 등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 봉사의 정신으로 경상도 땅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그들은 대구, 경산, 부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제, 교육, 지역개발 사업들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지금까지도 기억할 수 있는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사역은 경북 경산에서 시작된 메노나이트직업중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경산에서의 메노나이트직업학교가 1971년까지 20년간을 당시의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진실된 신앙교육과 배움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사역으로 기억되고 있다.    

메노나이트 사람들은 또한 당시에는 생소했던 화해 세미나(Reconciliation Seminar)를 해마다 개최하는데 일조하였으며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참석 할 수 있도록 국제 사역캠프(International Work Camp)를 주도할 만큼 국제 관계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에 기초한 평화를 만드는 사역에 관심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은 한국 땅에 메노나이트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이미 다른 많은 교단이 존재해 있었고, 1970년 이후 한국은 더 이상 국제 원조가 필요한 나라로 간주 되지 않았기에 메노나이트 사람들은 당시의 또다른 전쟁이 발발한 베트남에서의 원조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메노나이트 사람들이 당시 한국인들에게 심어준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 봉사의 정신은 아직도 그 숨결이 그들의 사역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으며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를 통한 새로운 사역을 기대할 수 있게 한 초석이 되었다.    

KAC가 시작될 수 있게 영향을 준 두 번째 사건은 강원도 화천의 아바샬롬공동체와 춘천의 예수촌교회 사람들이 성경적 교회 회복을 위한 모임을 통해 16세기 재세례(再洗禮)신앙운동의 의의와 적절성을 재발견했고 이를 둘러싼 새로운 인식과 운동이 한국 땅에서도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부터 한국에서의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 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그들은 곧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비젼을 한국의 다른 기독교인들과도 함께 나누었으며 2001년에는 캐나다 메노나이트교회와의 협력 사역의 일환으로 한국아나뱁티스트(Korea Anabaptist Center)가 정식을 발족하게 됐다. KAC는 현재 세계 여러나라의 지역교회를 섬기고 그리스도인의 공동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각국의 아나뱁티스트/메노나이트 센터와의 네트워크 사역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트모던시대, 기성-이머징 교회의 협력 중요”
선교전략가 머레이 교수, ‘포스트모던시대, 교회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주제 강연
    

『아나뱁티스트 성서해석학』을 저술한 선교전략가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가 2013년 4월22일 서울 삼일교회에서 열린 ‘제4회 청년사역컨퍼런스’에서 ‘포스트모던 시대, 교회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행사는 청어람 아카데미가 주최했다.    

먼저 머레이 교수는 “오래된 패턴, 가치, 실천이 새롭게 부상하는 문화와 중첩되는 전환기의 문화가 현재 우리가 처한 선교 상황”이라며 포스트 모더니티(post-modernity)의 특징을 설명했다. 포스트 모더니티는 진리 추구는 상대적인 것으로, 세상에 절대 진리는 없으며, 역사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현재 순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전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취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는 “포스트 모더니티는 선교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기독교국가 체제를 따르기를 거부하며 대안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추구했던 아나뱁티스트의 전통은 교회가 포스트 모더니티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강연하고 있는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     

그는 아나뱁티스트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진리를 주장하는 것에 있어서 보다 더 겸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러 이슈에 보다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혁자들에게는 권력과 지위에서 오는 영향력을 인식할 것을 촉구했으며, 여러 갈등은 강력한 지도자들이 아닌 공동체적 과정을 통해 해결했다. 변론적 언어와 교리적 정밀함보다는 새로운 언어를 선호했고, 변화된 삶으로 인도하는 영적 경험들을 상당히 강조했다.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는 “중세 기독교국가에서 복음과 문화 사이의 긴장은 크게 사라졌다. 교회는 어디든지 있었고, 신학은 고착화됐고, 선교는 부수적인 것이 됐다. 유럽의 기독교국가 시대 후반에 새로운 교파들이 출현했는데, 이것이 아나뱁티스트운동의 기원”이라며 “교회 개척은 우리가 소중하게 붙잡고 있는 것을 파괴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경계선을 확장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머레이 교수는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의 이머징교회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이머징교회는 다수 기성교회의 안전제일 문화에 도전한다. 실험정신, 위험을 감수하는 것, 그리고 창의정신을 고무시킨다”며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은 기성교회와 이머징교회 사이의 상호협력에 달려 있다. 이머징교회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협력한다면 양쪽에게 더 큰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는 베드로와 같은 개척자가 필요하다. 베드로는 새로운 방식, 열린 마음으로 선교를 감당했었다”며 “하나님의 선교사역이 진전되도록 변화를 수용하고, 상상력 있고, 분별력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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