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스님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맑게 하는 것도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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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윤홍 대기자 2019-05-11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 적폐청산 법치만 고집하면 국민통합 큰 그림 놓쳐” 

 

우리 모두가 부처임을 자각해야만 세상은 밝아지고,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닫힌 사회가 열린 사회로 전환되고, 종속된 삶이 독립된 삶으로, 경직된 삶이 창조적인 삶으로, 구속된 삶이 자유로운 삶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1980년과 1994년 두 차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금산사·영화사·실상사 조실)부처님은 중생이 곧 부처임을 일깨우려 이 세상에 오셨다"부처님은 지혜와 자비를 일깨우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따라서 내가 있는 그대로 부처임을 깨닫는 게 지혜요, 내가 부처인 만큼 남도 부처이니 남을 돕고 섬기는 것이 바로 자비다. 그걸 깨닫는 게 부처"라고 말했다.

 

불기(佛紀) 2563년 부처님오신날(512)을 맞아 조계종단의 큰 어른이면서 한국사회의 원로이기도 한 월주 스님이 전하는 법어는 큰 울림이 있다. 그는 부처님은 법화경(法華經)에서 이 세상에 부처님이 오신 까닭을 묻는 질문에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답했다. 중생들에게 진리의 세계를 열어서 보여주고 깨닫게 해 중생들이 당신과 같은 대자유와 대자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열망상을 걷어내고 내 것이라는 옹졸한 욕심과 한계만 떨쳐내면 우리는 부처님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아름답고 당당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우리 모두가 부처임을 자각해야만 세상은 밝아진다고 강조하는 월주 스님  

 

월주 스님은 1980년대 이후 고()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지도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을 부처님처럼 모시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불국정토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월주 스님은 부처님이 가장 경계하라고 가르쳐주신 십악(十惡)’에는 살생, 도둑질, 사음과 함께 망어(妄語·거짓말), 기어(綺語·꾸며낸 말), 양설(兩舌·이간질), 악구(惡口·험담) 같은 사람의 말과 언어로 짓는 죄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인격살인에 해당하는 언어폭력과 저질의 루머는 가장 사악하고 부도덕한 행위로 반드시 사회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주 스님 적폐청산 넘어서는 큰 정치를 해야

 

월주스님은 국제구호를 위한 NGO 활동에도 일생을 바쳤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사회적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붓다의 법, 붓다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의 불통(不通)과 혼란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월주 스님은 먼저 법치(法治)와 덕치(德治), 이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단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통합이라며 죄를 지은 이에겐 엄격하게 죄를 묻되, 그것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어야지 누군가를 증오하기 위한 발길질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불교가 유린당했던 ‘10·27 법난(法難)’ 당시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에서 “10·27 법난을 몰랐다고 말한 데 대해 월주 스님은 당시에 수많은 스님이 서빙고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서 1주일 이상 모든 신문 방송에 대서특필됐는데 모를 수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스님은 언젠가 전두환 이순자 부부가 조계사에서 참회의 100일 기도를 한다고 찾아와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이순자 여사는 불교계에 대한 수사는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는 백담사에서 처음 들었던 일이다. 아랫사람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월주 스님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우리들이지만 세상을 맑히는 것도 우리들 자신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 나누고 소통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을 휩싸고 있는 어둠은 조금씩 걷힐 것이라며 먼저 대통령이 사회 통합을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법치와 덕치, 무엇이 우선인가?

 

공자님은 인치(仁治), 맹자님은 의치(義治)’를 내세웠다. 이 둘을 묶어 덕치라고 부른다. 반면에 질서와 규율을 중시하는 법가(法家)에서는 법치를 내세웠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처음에는 법치를 내세운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법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법치만 고집할 때는 결국 한계를 맞게 된다. 오히려 큰 그림을 놓칠 수도 있다.” 

 

-놓칠 수 있다는 큰 그림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는 일, 즉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이다. 공자님은 덕을 통해 제자를 하나로 묶었고, 제자들은 그를 마음으로 따랐다. 그런 게 큰 정치. 과오를 범한 자들이 처벌을 받고 일정 기간 복역한 후 개전(改悛)의 정이 있으면 사면절차를 밟아 석방할 수도 있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할 기회를 다시 줄 수 있어야 한다.”

 

월주 스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했다. “정치적 조작과 탄압이란 배경이 있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사면됐다. 그런 다음에 우리 사회를 위해 크게 공헌하지 않았나. 그 이후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군사반란과 내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그들도 나중에는 사면됐다. 정치범 문제는 사회 통합과 국민 화합의 차원에서 다루면 좋겠다.”    

 

정치범 문제, 국민화합 차원 다뤄야  

 

월주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 인도 북부에서 일어났던 분쟁 일화를 꺼냈다. 사카(석가)족과 콜리야족은 서로 사돈관계였으나 가뭄이 닥친 해에 로히니라는 작은 강을 두고 다툼이 심해져 전쟁 직전까지 갔다. 이 소식을 들은 붓다는 홀로 분쟁 지역의 한가운데로 가서 앉은 뒤 이렇게 말했다. “옛날 히말라야에 폭풍이 불어와 사라숲을 덮쳤다. 숲속의 나무와 잡초와 덤불은 서로 엉겨붙어 의지하고 있었기에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반면에 들판에 홀로 있던 큰 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뿌리째 뽑히고 말았다. 친족들끼리 화목하지 않으면 어떠한 적도 막아낼 수 없다. 두 부족이 화목할 때 번영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서 사카족과 콜리야족은 싸움을 멈췄다. 월주 스님은 부처님은 강물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의 생명과 행복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셨다. 정치인들도 이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 엄격한 인상의 월주스님도 웃을 때는 아이처럼 천진하고 부드럽다. 스님은 "실제는 내가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다시한번 환하게 웃었다.    

 

-최근 여야의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여야 서로 상대를 탓할 일이 아니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더 심각한 건 일종의 흑백논리가 양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형태의 흑백논리인가.

 

“‘양보=굴종이라고 믿는 시각이다. 양보할 경우 정치인들은 지지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흑과 백을 도식적이고 경직되게 가른다. 이게 큰 병폐다. 그런 논리가 지배하는 한 양보와 포용과 타협이 있을 수 있겠나.”

 

월주 스님은 불국토는 멀리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님은 이상세계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욕심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을 내면 곧바로 부처이며, 낱낱의 부처가 어울려 살아가는 그 땅이 불국토라고 덧붙였다.  

 

-현실 속의 불국토를 위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뭔가.

 

“‘화쟁(和諍)’이다. 나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내가 옳으면 다른 사람도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리면 나도 틀렸다는 성찰이 화쟁의 참된 의미이다. 그런 화쟁이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

 

자비보살행, 곧 자기 행복으로 돌아와

 

스님은 화엄경 ‘보현행원품 광수공양(廣修供養) 예로 들면서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말했다많은 중생에게 여러 가지로 풍성한 공양을 올리는 만큼 사람의 삶이 풍요롭고 여유로워진다는 이치이다

 

-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나

 

남을 우선시하고 돕는 보현행과 자비보살행이  자기 행복으로 돌아온다자기중심으로만 보고 살면 결과적으로 불행해진다공덕을 개인에게 회향하지 않고 중생에게 돌리면결국 자기에게 복이 돌아온다.” 

 

스님은 누구나 자기 위치에서 알게 모르게 공덕을 짓고 있으며되도록 좋은 마음으로 공덕짓기에 임하라 했다기자가 기사   써도작가가   수를 읊더라도 그것이 언젠가또는 누군가에게 더없이 행복한 기쁨과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살면 된다고 했다.

 

내가 옳으면 남도 옳다는 화쟁필요  

 

화쟁(和諍)’은 삼국통일 후 국론이 분열되던 시기에 신라의 원효가 주창한 불교사상이다. 서로 대립하는 의견이나 사상이 만나 한 차원 더 높은 사상으로 태어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끝으로 월주 스님은 개시오입(開示悟入)’ 네 글자를 말했다. “눈을 열도록 하고, 부처의 지견을 보이고, 깨닫게 하고, 그 경지에 들어가게 한다. 이게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다. 다시 말해 중생이 지혜와 자비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부처임을 깨닫는 게 지혜요, 내가 부처인 만큼 남도 부처이니 남을 돕고 섬기는 게 자비이다. 지혜와 자비의 마음을 깨우치면 너와 나, 우리가 모두 부처다. 그곳이 불국토다.”  

 

월주 스님

 

1980년과 94년 두 차례에 걸쳐 제17, 2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신군부가 집권한 1980년 전두환 지지 성명 요구를 거부하고 민주화 운동을 후원했고, 조계종단 민주화를 위해 총무원장 3선 금지 제도를 마련했다.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때에는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실업극복국민재단을 설립했고, 지금도 함께일하는재단’(구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국제구호NGO 지구촌공생회 이사장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나눔의집을 설립해 28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종교지도자로서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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