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범죄' 대책만 화려…커뮤니티케어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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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19-06-10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잇따른 범죄대책 시급하고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조현병 환자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역주행 사고까지, 조현병 환자들은 강력 범죄와 충격적인 사고의 중심에 섰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異常)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다.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고를 낸 사건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인 '조현병' 역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은 새벽에 자신이 사는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아파트 이웃들을 흉기 2자루로 찔렀다.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골라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그 결과 흉기에 찔려 5명이 숨졌다. 부상당한 사람은 6, 화재 연기로 다친 사람은 7명이었다. 이후 유사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조현병을 앓은 10대가 윗집 70대 할머니를 살해하는가 하면, 경북 칠곡에선 30대 조현병 환자가 정신병원에 함께 입원한 50대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가 왜 자꾸 수면위로 떠오르고 사회적 핫이슈가 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조현병 강력범죄는 왜 자꾸 수면 위로 떠오를까 

두려움에 증세 숨기는 경계성 환자들한국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내

 

지난 64일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역시 가출한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소형 화물차 운전자는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에서 19를 역주행하다가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운전자 본인과 3살짜리 아들, 맞은편 운전자까지 3명이 사망했다. 운전자의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조현병인데 차를 몰고 나가서 가출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맞은편 운전자가 신혼집에서 자고 온 예비 신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조현병'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하지만 사실 이 정신질환이 범행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그 이유나 양상이 가지각색이다. 치료를 그만둬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가벼운 수준의 조현병을 앓는 와중에 폭력성이 발휘되기도 했다.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계속 수면 위에 떠오르는 현실은 결국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상균 전 범죄심리학회 회장은 "보통 조현병이 범죄로 발전하기까지는 약의 복용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 약을 타와서 2~3개월 정도 먹다가 복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신질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인식을 못하는데 조현병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관리와 협력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각 지역마다 관련 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비용 문제도 애매한 게 현실이다. 상당히 높은 치료비와 입원비를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개인이 모두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느 정도 경제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조현병 환자가 전적으로 치료에 집중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조현병의 주된 증상은 환청, 환각, 환시 등에 의한 피해망상이다. 이에 따라 타인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게 되면 공격 형태가 나타난다. 문제는 조현병으로 명확히 진단받지 않은 '경계성' 조현병 환자들이다. 편견과 차별이 담긴 사회적 시선, 피해 등을 두려워하면서 이들은 조현병 진단을 피하게 된다.  

 

부모를 비롯해 가족이 인식을 못하기도 하지만 진단과 처방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환자들도 많다. 이들은 조현병을 확진받지 않은 경계에 존재한다. 한국이 유독 정신질환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강하고, 또 이같은 진단을 받으면 취업, 결혼, 각종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된다는 두려움으로 숨기게 된다

 

김 교수는 "신체 질병을 넘어 다른 정신질환들처럼 치료받고 관리 받으면 괜찮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낙인찍히고 배제를 당하면서 악순환이 발생한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찰과 지자체, 정부, 각종 센터 등이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관리에 나설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신질환자 운전면허 관리 허점조현병 없다하면 속수무책

정신과 전문의들 모든 조현병 환자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 옳지 않아” 

 

조현병을 앓던 40대 운전자 B씨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내어 세 살 아이와 예비신부가 숨지는 일이 발생한 후 중증 정신질환자 운전면허 관리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결격심사 제도가 있지만 질환을 스스로 밝히지 않을 경우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 제82조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자 또는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면허시험을 응시할 때 응시자가 자신의 질병을 자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면허 취득 이후 운전자의 정신질환 유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 6월4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공주소방서 대원들과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공주소방서  

 

도로교통공단 한 관계자는 정신질환자 중 일부 신고를 하지 않는 운전면허소지자가 있더라도 건강보험을 통해 관련 치료를 받았다면 각 지자체에서 정보를 제공,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된다대상자는 수시적성판정위원회를 통해 면허유지 여부를 판단 받는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운전자가 약을 복용하면 운전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조건부로 면허 유지를 허용한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 중인 환자에 한해 질환보유 사실을 도로교통공단에 통보한다. 장기입원 치료기록이 없다면 운전을 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 있는 구조이다.

 

지난 3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의료인 및 경찰이 정신질환 등 안전운전에 장애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도로교통공단에 수시 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지정돼도 운전자의 인권 문제 때문에 강제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번에 사고를 낸 B씨의 경우 20189월 수시적성검사 대상으로 편입됐지만 적성검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수시적성검사에 일정 횟수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시행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놓고 온라인 공간에서 또다시 조현병 대책 마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은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의 기능이라든가 생활하는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저희 외래도 한 300~400명 정도 조현병 환자분들이 다니시는데, 60% 이상의 조현병 환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다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분들은 직장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 때 직접 운전을 해서 가신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만 갖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의 운전면허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하는 건 다소 좀 과잉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염려도 해 본다고 밝혔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현병 환자는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 충분히 회복해 운전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서 위험해지는 신호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처를 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사고를 낸 B씨는 지난 3월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보건소, 병무청, 보험개발원 등 11개 정부기관에 한정돼 있는 적성검사 의뢰 기관을 가족이나 의사 등 제3자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이나 경찰 등이 운전자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경찰청에 수시적성검사를 의뢰하도록 해 판단력이 떨어진 운전자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진주 사건으로 본 정신질환 관리체계와 법 개정이후 실태

 

지난 417일 새벽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방화·흉기난동 사건을 두고 정신질환 관리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조현병은 그 자체로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치료·관리가 끊기고 망상 등 증세가 심해지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이들의 병력(病歷)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중요하지만 현실에선 갈 길이 멀다특히 진주사건에서 보듯이 의료기관 퇴원 뒤의 관리뿐 아니라 사법기관의 대응이나 지자체의 관리체계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정신질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향후 보호관찰소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여건을 확충하고 관련 부처들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방화살인 참사가 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4월21일 도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안인득이 10여년 전 경남 김해 소재 한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산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사회불만과 피해망상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안인득(42)의 조현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은 당시 진주에서 폭력 등 혐의로 구속돼 1개월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징역 2,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났는데 그 뒤 지역사회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그의 조현병을 관리한 기록은 없다.

 

안의 건강관리가 끊긴 이유를 두고 법무부는 안씨가 치료감호까지는 받지 않아 그의 조현병을 별도로 관리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보호관찰법은 치료감호 여부와 별개로 보호관찰 대상자들에게 부상이나 질병, 그 밖의 사유가 있을 때필요한 구호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현재도 보호관찰 기간 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들은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면 당국의 무관심 속에 치료로 연결되지 않고 보호관찰이 끝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정신질환 문제에 대한 대응 미숙한 법무부와 경찰 

 

일각에선 향후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정신질환 문제에 대한 법무부의 관심이 높아져야 하며, 보호관찰소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협력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두 기관에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법자들에 대한 선제적 사례관리를 강화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력을 하기에는 두 기관 모두 힘겨운 상태에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재 인력이 적은 반면 관리하는 대상자가 많고, 또 직원이 대부분 여성들이라 사적인 공간에서 일대일로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데 부담이 있다고 했다

 

진주 사건에선 법무부뿐 아니라 경찰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았다. 2018926부터 지난 413일까지 안과 관련한 소란으로 8건이 신고돼 경찰이 출동했으나 정신질환 관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안씨의 경우 정신질환자인지 알 수 없었으며,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병력을 조회하거나 알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타해(自他害) 우려가 없는 일반적인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의 법적인 개입 의무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안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입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조건이 까다롭다” “응급입원은 병원에서 퇴짜맞기 쉽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2017년부터 배포돼 활용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 대응 안내매뉴얼과 어긋난다. 이 매뉴얼은 경찰이 현장에서 정신과적 평가가 필요한 이를 발견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협조 요청을 하도록 했으며, 응급입원의 경우 병원들이 꺼리는 것을 감안해 가능한 병원 명단을 알리는 서비스도 소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주변에서 한목소리로 안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음에도 경찰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협조 요청을 하거나 응급입원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뉴얼상 이해하기 힘든 대처라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안에 대한 주민의 반복된 신고에도 경찰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진상조사팀을 꾸려 조사하고 있다진상조사팀은 경찰 초동조치·대응의 적절성 여부,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권력 개입과 기관별 정보 공유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검토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법 개정에도 과제는 여전히 남아 문제는 지자체 통합돌봄체계 

 

안은 2015년부터 1년여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퇴원하자 병력(病歷)관리는 끊겼다. 안이 본인의 퇴원을 지역 보건당국에 알리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남에게 해를 입힐 위험이 있어도 본인이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의 정보를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공유할 수 없도록 했다. 경남도 복지보건국 관계자는 병원에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더라도 개인 인권·정보보호 등으로 함부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등록할 수 없게 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4월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은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퇴원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퇴원 후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발견된 경우 보호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하고, 관련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법이 바뀌었어도 지역사회로 나온 정신질환자를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라고 말한다. 일선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퇴원 환자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제도의 지원을 받도록 계속 권유하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만약 본인이 끝까지 원하지 않으면 실제 치료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 사람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선 여러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안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기 위해 행정기관에 조현병 진단서를 여러 차례 내기도 했으나, 지자체에선 그의 건강관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진주시는 진단서는 수급자격 심사 목적이지 이를 다른 기관에 알릴 권한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문제 역시 향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자체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해도 기초생활수급 필요성만 따지는 등 단편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했다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체계가 추진되면서 한 사람의 소득 문제부터 정신건강까지 여러 측면을 보게 된다. 지자체가 정신질환자를 발견했을 때의 대응도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 간 협력 강화해 공동대응하는 체계 만들 것 

 

정부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뒤 정신질환 관리체계의 보완점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418일 의료계와 법조계, 사회복지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 처우 개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찰·법무부 등 관계부처 간 협력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향후 경찰청·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신고되면 경찰·소방·정신건강복지센터 모두 공동대응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경찰이 정신질환에 대해 더 이해하고, 현장 대응 방안을 숙지할 수 있게 하는 교육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립정신병원 등을 중심으로 경찰에 정기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또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간한 정신과적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을 보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숙지하고 매뉴얼에 맞춰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이대로라면 조현병 환자 사건 계속 발생할 것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자신과 세 살배기 아들, 예비 신부가 사망한 사건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지금처럼 어영부영 가면 조현병 환자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정신 질환자 관리를 이렇게 하는 나라가 전세계에 어디 있느냐"고 개탄했다.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번에도 조현병 약을 먹다가 중단한 사례"라며 "현행 제도는 물론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선 대책으로도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자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환자가 몇 년 전부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다 두 달 전부터 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복지부는 조현병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만 하면 문제가 풀릴 줄 아는데 등록하고 안 오거나 약을 먹지 않을 경우 현행 제도로는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그는 "보건 당국이 환자에게 가서 상태를 보고 외래로 데려오거나 약을 먹게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결국 강제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먹는 등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 문제가 없지만, 약을 중단하면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도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권 이사장은 "19대 국회 말에 정신질환자 입원을 어렵게 만드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 처리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의사들은 '분명히 문제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복지부는 '일단 시행하고 보완하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이후 의사와 경찰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610월 의정부지검이 입원 당일 서류 미비 등 사소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정신과 의사 50여명을 무더기 기소하면서 의사들이 '무조건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찰도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잘못 데려가면 고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정신질환자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함께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응급개입팀을 2020년 중 17개 광역시도별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권 이사장은 "지금보다 나은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년까지는 속수무책인 데다 광역은 상당히 넓은데 한두 팀으로 대처가 가능할지, 상황이 끝난 다음 도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막상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려 해도 병원에서 병상이 없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 병상은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줄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수가를 조정하고 비어 있는 정신 병상이 인근에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지금 응급 의료 시스템에 정신질환 항목만 얹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자꾸 환자 인권을 강조하는데, 병에 걸린 사람의 인권은 빨리 치료해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 말을 따르는 것이 인권이냐?"고 반문했다. "환자들도 급성기 때는 엉뚱한 얘기를 하다 치료를 받고 좋아지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권 이사장은 "현재는 정신질환자 보호책임이 가족에게 있는데 이를 공공으로 넘기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장기적으로는 법원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 입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범죄대책, 시급하고 실효성있게실상은 직원 1명이 100명 관리

 

'()임세원 교수 피습에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진주 방화 살해사건, 고속도로 역주행 사건까지'

 

정신분열(조현병분노장애·공황장애·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 이상(異常)으로 인한 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정신질환 범죄의 증가 속도가 전체 범죄를 10배 이상 앞지를 정도다. 살인·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뒤 체포돼 정신이상 판정을 받는 재소자도 급격히 늘어 이들을 치료·관리하는 치료감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 강화, 예방대책 수립 등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정신질환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와 일자리 부족, 계층 간 대화 단절 등 사회적 토양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내다 보니 대화 상대가 없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욕구불만을 폭력·성폭행 등으로 표출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범죄도 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사례가 늘고, 이들 범죄의 원인을 정신질환에서 찾는 풍토가 자리 잡은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우리 사회의 토양이 시간이 흐를수록 척박해져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쓰인 역사적 맥락에 따라 수사가 달라진다는 대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른바 나홀로족의 증가로 계층 간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데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마음의 병을 지닌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점에서 정신질환 범죄 증가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예방 대책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일의 공주 치료감호소는 이미 인력·공간 부족 등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관리할 재소자는 많은데 실제 인력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수용면적도 부족해 한 병동에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5명을 초과수용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재소자를 치료·감호해야 할 인력은 물론 공간마저 부족한 실정으로 담배 밀반입, 재소자 탈주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신질환 병력을 지닌 이들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정신질환 관리체계 개선대책 발표에 분주하지만 정작 정책을 집행할 '손발'이 없는 실정이다. 정신질환 관련 인력과 예산이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1231일 임세원 교수사건 후속대책으로 초기 집중치료 지원체계 구축 적정진료를 통한 일상복귀 지원 ·타해 위험 대응역량 강화 인프라 확대 등 각종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17일 진주 방화살해 사건 대책으로 보건당국과 경찰청 등 관계부처  협력체계와 공조를 강화하는 조치가 발표됐다. 일선 경찰을 교육해 정신질환자의 행동방식을 잘 인식하게 하고, 보건당국 관계자가 경찰·소방과 함께 출동해 정신질환자의 돌발행동을 초기에 신속·정확히 대응케 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마친 뒤에도 타인에게 위해(危害)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이가 돌출행동을 하면 현장대응을 더욱 확실히 해 최근과 같은 사건들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범이 강력범죄를 저지른 뒤 치료 조치를 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정신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입원 조치하기보다는 사소한 범죄라도 정신질환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국제사회 주요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가 자칫 중대한 인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강압적인 환자 격리 정책으로 방향을 틀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현 제도의 맹점을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쪽이 맞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져도 인력과 예산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국제적 수준에 맞추려면 정신건강 예산을 적어도 3배 이상 높이고 사후관리 인력 역시 3~4배 늘려야 한다우리나라 보건예산 대비 정신보건예산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5.05%3분의 1수준이다. 올해 복지부 전체 예산 725148억원 중 보건예산은 1.5%(111499억원) 이 가운데 정신보건 예산은 0.23%(1713억원)를 차지한다. 여기에다 정신질환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시··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문인력이 아예 없거나 태부족인 실정이다.

 

2018년 기준 지역 정신건강보건센터 1곳당 평균 직원 수는 9.7(전국 243개소 개설·2365), 이 가운데 정신질환자와 접촉하는 사례관리 인력은 4명 안팎이다. 사례관리요원 1명이 약 60~100명의 등록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1명이 25명 정도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3배의 차이가 나며 전반적인 센터인력 부족 현상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전문인력 290명을 추가 확충하고 2022년까지 1075명을 늘려 1인당 담당환자 수를 29명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마저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족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결국 정신질환 치료·관리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과도하게 지우는 보건정책 패러다임부터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지만, 대부분 신체질환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부문 예산은 극히 적다.

 

이른바 '임세원 법'으로 불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예산과 인력은 필수다. 이 법은 정신과 환자의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본격 시행까지 1년이 남았다. 지금껏 정신과 환자는 퇴원 후 환자 스스로가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보호자 통제도 벗어나기 쉬워 지속적인 치료가 안 되는 허점이 있었다.

 

새 법이 시행되면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퇴원환자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안내하고 갖출 의무가 생긴다. 또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데도 퇴원한 환자는 의료기관장이 환자나 보호자 동의를 받아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지자체장은 필요한 경우 전문의 진단이나 심사를 거쳐 외래치료지원을 연장할 수 있다.

 

일본은 1960년대 조현병 환자의 미국 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환자 격리 주장이 나왔지만 정신건강센터를 만들고 공동체 안에서 지원한 결과 도쿄 주민 5%가 정신질환자로 등록했다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전향적 정책이 필요하다. 정신질환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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