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칼날 위에 선 조국과 사법개혁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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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19-08-31

검찰개혁 실패한 노무현 정권 '데자뷰'...‘조국 지키기’는 뭘 남길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조국 대전(大戰)'이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이 '대전'을 숨죽이면서 지켜보던 검찰이 의혹과 관련된 20여 곳에 대해 갑자기 전방위 압수수색이란 칼을 빼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권과 자기 진영의 명운을 걸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 끝에 9월초 청문회 일정을 가까스로 합의했던 여야 정치권은 놀라움으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청문회 전에 검찰이 갑자기 압수수색에 나서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물론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장관도 사전에 협의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20여년의 국회청문회 역사에서 검찰이 청문회를 코앞에 두고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초유의 일이다그것도 다른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해 인지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나섰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나 '가짜뉴스'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비리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청문회보다 검찰 수사에 쏠려있다

 

검찰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야권도 조국 후보자가 청문회가 아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고 내세운 이유도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그럼에도 왜 하필이면 이 시점이냐에 대해선 비판의 여지가 있다.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갑자기 압수수색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당장 조 후보자를 상대로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청문회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에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진실을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9월초 청문회가 열리는 기간에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큰 만큼 청문회에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나 증인들이 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빠져 나가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아무리 압수수색이 급하고 필요했다고 해도 청문회 이후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이유다그럼에도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검찰의 압수수색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새로 검찰조직을 이끄는 '윤석열이 조국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에서부터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까지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은 검찰이 철저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 때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오늘의 윤석열을 있게 했고 윤석열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 역시 높다.

 

검찰개혁이 주창될 정도로 추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높일 수 있느냐는 윤석열 검찰이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번 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는 엄청난 부담이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윤석열과 검찰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남아있다. 윤석열의 칼날 위에 선 조국 후보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조국 후보자가 결국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면 검찰이 법무부장관을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아무리 윤석열 검찰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이 지휘를 받고 자신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장관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하기는 힘들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것은 청와대로서도 결코 원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어하는 사법개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검찰이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자신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와중에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제대로 주도할 수 있을지, 그것을 외쳐봐야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검찰 개혁' 외쳤던 조국, 오히려 검찰 힘만 키워

 

딸 특혜 스펙, 부적절한 가족펀드 등 여러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읽혔다. 민정수석 시절 검찰 개혁안을 직접 발표하며 챙겼고, 수시로 검찰을 비판하는 SNS을 올리기도 했다. 후보자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서도 검찰 개혁안을 내놨다. 이렇다 보니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벌인 강제수사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행위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해온 관행을 보면, 초유의 압수수색은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를 해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스타일을 보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윤 총장은 "법치가 망가졌다"고 평가했다. 또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할 때도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사후(事後) 보고해 상부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배경이야 어떻든 간에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무장관으로 가려했던 조 후보자는 검찰의 칼날을 마주하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후보자는 본인 관련 의혹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며 검찰 수사와 검찰 개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미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권 내에서도 "이젠 개혁이니 정의니 하는 말을 꺼내기 어렵게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지금도 '조국'을 지키려는 여권의 가장 큰 표면적 이유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애초 조 후보자에게 법무 장관이 아닌 총선 부산 출마를 종용했다는 점을 보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검찰 개혁을 조 후보자만이 할 수 있다면 총선 출마를 요구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 조 후보자는 본인이 총선 출마와 장관직 중에 후자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조 후보자 논란으로 검찰 개혁에 힘이 빠진 것은 둘째치고 오히려 검찰의 힘이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명박 정부시절 윤대진 수원지검장과 함께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며 항명을 일으켰다. 그는 검찰이 독립적으로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검찰의 힘을 빼는 데는 반대해왔다.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을 거듭하다 문재인 정권 들어 승승장구한 윤 총장은 검찰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크다. 그는 위의 눈치를 보는 경우에는 선후배에 대해 모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이런 이유 때문에 윤 총장의 목표는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검찰에게 무슨 의미일까.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의 신뢰회복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검찰 조직의 집요한 저항이 있었지만 결정적 계기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한 대선 자금 수사에서 검찰이 성과를 보이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으면서다. '검찰이 잘하는 데 왜 개혁을 하지?'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구속됐다. 당시 수사를 이끈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국민 검사'로 등극했다. 팬클럽 카페가 생길 정도였다이번 조 후보자 사태는 여러모로 당시와 겹친다결과적으로 검찰의 힘을 키운 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여권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치로부터 검찰독립이뤄낼 수 있을까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세계 검찰 중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것은 정권과의 야합을 거부하고 명실공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1976록히드 사건에서 뇌물을 받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구속하고 1992년 일본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리크루트 사건을 파헤치면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거악(巨惡)이 잠들지 못하게 하라는 자신들의 모토를 실천해 나갔다.

 

취임 후 총장 1호 지시가 도쿄지검에서 차용한 특별공판팀설치인 것을 보면 특수통이자 보기 드문 칼잡이라는 평을 듣는 윤 총장은 도쿄지검 특수부의 강골 정신을 본받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수사의 인사 피해자인 윤 총장은 비슷한 과오를 저지르면서 이미 스스로 흠결을 내버린 상태다

 

그런 윤석열이 청와대도 놀라게 할 정도로 전광석화처럼 조 후보자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겉으로는 시퍼런 권력에 대항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자신은 권력과 이념에 무관하게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며 불법을 파헤치는 검사임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한 것일까하지만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거나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등 선입견적인 말들이 나돌고 있다. 그래도 또한번 일말의 기대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문 대통령에게는 속으론 싫더라도 이것이 정의다라는 것을 국민 앞에 보여 줄 기회이기도 하고, 윤 총장에게는 검사 윤석열의 가치를 되찾을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는 과연 정치로부터 검찰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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