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어시스턴트’가 본 죽음의 실체와 삶의 본질 다룬 ‘이지 웨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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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종교 뉴스1팀 2019-08-31

 


죽음 향해가는 어머니를 위해 해야 했던 일은 어머니의 삶을 복기하는 일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인 저자가 안락사 어시스턴트의 시선에서 죽음의 실체와 삶의 본질을 바라본 장편소설 이지 웨이 아웃’(스티븐 암스테르담 ·조경실 바다출판사 ·448·14800)을 국내 번역출간됐다.

 

이지 웨이 아웃은 그동안 금기되다시피 한 안락사를 합법으로 설정한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죽음들을 독창적인 색깔로 풀어낸다.

 

가상의 도시에서 ‘961법안이 통과된다. 이른바 난치병 및 암 말기 환자 961명을 대상으로 한 안락사 추천 법안이다. 961이 통과되자, 머시 병원에서는 이에 맞춰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엄격한 프로토콜을 거쳐 안락사 대상에 오른 환자들은 넴뷰탈이라는 약물을 마시고 죽음을 맞는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완화치료를 담당하던 남자 간호사 에번은 이 프로그램에 안락사 어시스턴트로 지원한다. 그는 병실에서 진행되는 대화를 녹취하고, 환자와 가족의 서명을 받고, 넴뷰탈이 담긴 컵을 환자에게 건넨다.

 

"이걸 드시면 몇 분 안에 잠이 들고 의식을 잃습니다. 그리고 3~4분 정도 지나면 심장이 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소생시키기 위한 어떤 응급처치도 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은 사망하게 됩니다. (중략) 원하시는 게 이게 맞습니까?"

 

그렇게 마지막 의식을 치르고 나면, 시신을 정리해 안치소로 보내고 사후보고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죽음의 집도자 역할을 하지만, 에번 역시 그 죽음들로부터 완전한 제3자일 수 없다. 에번에게는 파킨슨병에 걸린 엄마 비브가 있다. 비브는 농담처럼 자살을 말하고, 에번에게 자신의 차례가 되면 그 마법의 약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병이 급속히 악화되어 가는 중에도 치료를 거부하는 비브는 자신에게도 존엄한 죽음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죽음을 앞당기는 일을 하면서도, 에번은 기를 써서 어머니의 생을 붙들어두려 애쓴다. 이런 에번의 모습을 통해 소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 이를 막을 윤리중 어느 것이 우선일 수 있는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설 안에는 죽음 앞에 선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스스로 안락사라는 선택을 내렸을지라도,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 아내와 어린 딸을 둔 가장은 몇 번이고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망설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내린 선택일지라도 왜 자신만 죽어야 하는지 해소되지 않는 원망과 분노에 흐느끼는 환자도, 위 세척으로 넴뷰탈을 게워낸 뒤 몇 달간의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연장하고 싶어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의 모습은 삶의 모습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다는 것,결국 죽음의 태도는 삶의 태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향해가는 비브를 이해하기 위해서 에번이 해야 했던 일은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 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소설 마지막 에번은 결국 스스로 어머니에게 넴뷰탈을 투여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나 소설 내내 에번과 함께 비브의 삶을 함께 복기했던 독자라면, 에번의 선택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소설은 죽음뿐 아니라 사랑을 풀어가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이는 에번의 성적 취향에서 드러나는데, 싱글이자 게이인 그는 모르는 사람들, 특히 두 사람과 동시에 즐기는 섹스를 즐긴다. 특히 게이 커플 사이먼과의 농밀한 관계를 통해 자기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를 채우고, 무수한 환자의 죽음을 겪으면서 공황상태에 다다랐던 정신을 위안받는다. 특히 소설의 중반부에 묘사된 세 남성의 격렬한 섹스는 에번의 긴장이 해소되는 장면이다.

 

저자 스티븐 암스테르담(STEVEN AMSTERDAM)196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편집자, 북 디자이너, 파티시에 등 여러 직업을 거쳤고 2003년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뒤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로 지내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없다는 합법적인 대답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 괴로움을 글쓰기를 통해 위안받았고, 안락사 어시스턴트의 입장에서 죽음과 삶을 바라본 이 소설을 썼다. 암스테르담은 안락사가 가진 민감함과 무거움을 블랙 유머로 상쇄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삶, 죽음, 사랑을 파격적이고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기사입력 :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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