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신뢰(信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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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 2019-09-07

"지지난달 말, 이탈리아에 있는 유벤투스라는 축구팀이 내한하여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벌였다. 관중 대부분은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는 호날두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권을 앞다퉈 샀고, 당일 경기장은 그를 보려는 관중들로 초만원(超滿員)을 이루었다.

 

그날 호날두 선수는 최소 45분 이상 경기에 참전한다던 홍보와는 달리, 뛰지 않고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가 근육 통증 때문에 뛰지 못했다는 팀 관계자의 어설픈 변명 외, 납득할 만한 다른 아무런 솔직한 사과는 없었다. 관객의 기대를 모두 저버리고, 사전 홍보 내용과도 상이(相異)한 이탈리아 축구 구단과 호날두 선수의 올바르지 못한 처신에 경기를 관람했던 대부분 관중은 극히 실망하고 분노했다."

 

얼마 전에 읽은 "이탈리아 유벤투스 내한 친선 경기"에 관한 기사 내용이다. 사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고, 축구 경기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나 우연히 SNS에서 본 세계적인 스타 선수 호날두의 우리 축구 애호가들에 대한 기만적(欺瞞的) 행위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횡포(橫暴)로까지 여겨진다. 경기 관람객들의 신랄한 항의 댓글 내용도 분노와 실망으로 들끓어, 그가 마치 사기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참으로 뻔뻔스럽고 무례하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일 듯싶었지만, 마침 축구 기량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나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 같다.

 

내가 가끔 다니던 산책길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고즈넉한 곳에 아담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오후 시간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와보니, 카페 앞에 걸려 붙어있던 현수막 한쪽이 떨어져 펄럭댄다. 나부끼는 현수막을 꽉 붙들고 있는 다른 한쪽에 "이탈리아식 정통"이라는 문구만 내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이곳으로 산책을 나올 여유가 없었는데, 아마 장사를 접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듯싶었다. 예전엔 가게 안에 빈자리가 없어, 도로 방향 테라스에도 몇 사람 앉아 있곤 했었는데.

▲ 대청댐 자전거 하이킹 길에서.  박길수 사진

 

"이탈리아"라는 현수막 광고 문구를 보고 갑자기 사람들이 끊겼을까? 잘 되는 사업을 공연히 문 닫을 리 없고. ! "이탈리아"라는 현수막 글자에 사람들이 모두 발걸음을 돌렸구나.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너덜너덜 떨어지고 있는 플래카드에 사선斜線)으로 보이는 "이탈리아식 정통"이라는 문구에만, 나는 괜한 신경이 마구 쓰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데, "이탈리아"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나는 쓸데없이 과민하게 부정적인 생각만 떠오르는 것 같다.

 

축구경기 기사를 접하기 전까지, 나에게 "이탈리아"라는 단어는 어쩌면 낭만浪漫)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낱말이기도 했다. 로마 교황청이 있는 나라, 미려한 항구 도시 나폴리가 그림처럼 떠오르며, 황혼의 아름다운 바다로 배를 저어가면서 부르는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산타 루치아"가 금방이라도 들릴 듯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이탈리아 유벤투스 축구팀은 친선(親善)을 나누려고 왔다가, 조금이나마 마음에 담고 있었던 우의(友誼)마저 팽개치도록 해버리고 허망하게 떠나가버린 듯싶다.

 

나 자신이라도 정직하고 겸손하며, 고마워하는 마음 자세로 살자  

 

국가는 물론이고, 유명 구단이나 스타 선수에게도 신뢰(信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설령 부유하거나, 개인적인 기량이 남들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조금 낫다고 해도, 정직하고 겸손하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지 못하면, 신뢰가 솟을 리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희미하게 형성되었던 신뢰마저도, 정직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돈만 밝히며, 고마워하는 기본적인 마음 자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아침 안개처럼 바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SNS에 실린 많은 비난 댓글을 보고,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유벤투스 팀이나 호날두 선수가 신뢰(信賴)할 만한 팀이나 선수는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내 속 좁은 마음에 들어서 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언젠가 지금 누리는 그 팀과 선수의 명성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곧 깨닫게 될 듯싶다는 느낌이, 펄럭이며 떨어져 나가는 현수막을 보면서 떨칠 수 없게 된 듯싶다. 이제 마음을 그만 내려놓고, 나 자신이라도 매사 정직하고 겸손하며,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 자세로 살아가면서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 타인과의 신뢰(信賴)를 결코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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