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소갈머리 좁쌀영감의 기우(杞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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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2019-09-16

밴댕이 소갈딱지엔 여우있고 편안한 숲속 산책이 약()

 

 

풍요로우면서도 여유있는 산책 즐긴 추석연휴가 틀림없는데 마음 한구석에 어수선함이 똬리를 틀었다. 숲속 벤치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을 바라봐도 뭉게구름 낀 하늘, 빗방울 힐끗 날리는 회색빛 하늘을 대할 때와 다름없이 뒤숭숭하고 찜찜한 기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추석 이후 두 번의 이사를 해야 한다는 성가심 이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아내는 몇 주 전부터 옷가지 등 사용하지 않을 잡동사니들을 처분하고 있었다. 주변에 나눠주거나 중고품 판매로 내놓을 물품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고 앞으로 정착할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머물 오피스텔에 가져갈 살림도구, 그리고 창고에 맡겨놓을 아파트 살림살이 등도 구분해놓는 듯 했다.

   

이사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아내는 거침없이 처리하는데 반해 머릿속으로 준비하는 내가 오히려 어수선했다. 보관해야 할 책과 비품을 가려내는 것만 해도 성가셨다. 컴퓨터와 프린트 등을 새로 설치할 일도 막막했다. 뭐든지 막상 닥치면 다 해결된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지레 근심부터 하는 것이다. 게다가 부수적인 걱정까지 괜히 덧붙여 놓게 된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고 부수적인 것들이 더욱 마음을 산란하게 만든다.

   

아내처럼 번거로운 일에 맞부닥치며 헤쳐나가는 대신 걱정의 뿌리를 없애기 위한 법화산 산책과 명상을 택했다. 유약한 정신상태와 게으름 탓도 있지만 왠지 산책에서의 머릿속 정리가 이삿짐 정리보다 우선해야 할 일 같았다.

▲ 추석연휴 푸른 하늘, 뭉게구름, 비구름 낀 하늘을 보며 편안하고 여유있게 나선 법화산 산책은 밴댕이 소갈딱지의 좁쌀영감 기우를 치유해 주었다.     © 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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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네가 전세로 마련한 큰 아파트에 함께 살다가 그들이 단촐한 식구가 살기에 적절한 아파트 분양 받아 입주할 때 우리 부부도 때맞춰 산과 호수, 지하철역 옆에 있는 호텔(?)같은 임대아파트에 당첨됐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아내가 임대아파트 당첨이 우리처럼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이나 가능한거니 절대 자랑스러운게 아니라고 충고했으나 주위에 로또 당첨이라며 떠벌릴 정도로 좋아하고 흥분했었다.

   

행복감 느낄 일 아닌데 행복하고 축하할 일도 아닌데 축하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임대아파트 당첨도 마찬가지였다. 65세를 맞는 친구가 지하철 공짜카드를 받는 날 드디어 해냈다며 카톡방에 올렸는데 늙어감을 축하해줄 수도 없는 웃픈상황과 같은 것이랄 수 있다. 강남에 사는 그 친구는 대출금 많은 아파트라며 기초연금까지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임대아파트 받을 자격이 있는데다 지공선사 카드는 물론 훗날 수입 없어지면 기초연금도 받고 재산세·보유세 부담없이 살 수 있느니 얼마나 큰 혜택인가. 그 기분에 주변 부자친구들에게 밥도 사는 호기를 부렸다. 그러자 아내 왈 재산세·보유세 안내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될 수 있다는 등 괜한 말 조심하세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보세요. 그들은 별다른 수입 없이 집만 덩그러니 갖고 있는 속상함, 상실감이 클거에요.”

   

내 처지에서의 상실감, 아쉬움을 커버하기 위해 내가 떠벌리는 것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니 묘한 일이다. 내가 타인에게 역지사지를 기대할 게 아니라 우선 나부터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걸 절감한다.

   

여하튼 나와 아내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로또당첨이라고 자랑하는 것, ‘없이 사는 게 편하다고 떠벌리는 것 등이 모두 덧없는 짓거리란 생각이 드니 맥이 빠졌다. 게다가 이렇듯 만년에 빈한해진게 결코 자랑하거나 만족할 게 아니라 인생의 실패라는 자괴감도 생기게 했다.  

 

그래서 이삿짐 정리에 앞서 뭔가 뒤숭숭했던 거다더욱이 임대아파트 입주 전 오피스텔 사용을 친구가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인 것까지 스스로 궁상맞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1년 넘게 대기해야 입주한다던 임대아파트의 대기 순위가 빨리 다가와 아예 오피스텔 거치지 않고 바로 입주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은 조바심과 혼란으로 연결되었고 그 욕심이 나를 어수선하게 만든 거였다. 두 번 이사하는 일이 더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추석연휴 내내 비구름과 뭉게구름, 푸른 하늘 아래의 법화산을 산책하며 뒤숭숭하고 찜찜한 기분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한 셈이다. 심지어 법화산 양편,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성한 거대한 연구단지와 수많은 주검을 정비한 천주교공원묘지와 비교하며 그깟 이사 두 번을 외치며 스스로 다그쳤으니 정 회장과 공원묘지에 송구할 뿐이다. 게다가 솔로몬의 경구 이 또한 지나가리니까지 들먹이며 내 뒤숭숭함을 달래려 했으니 솔로몬을 욕되게 한 내가 한심할 따름이다. 영락없이 밴댕이 소갈머리 좁쌀영감의 행실이다.

   

그러나 한편 뒤숭숭하고 찜찜한것의 정체가 밴댕이 소갈머리 좁쌀영감의 기우였음을 깨닫게 해준 법화산 하늘소풍길 산책 역시 소중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처럼 거침없이 두 번 이사의 번거로움을 즐겁게 헤쳐나갈 자신이 생기니  석연휴의 법화산 산택은 큰 수확이다. 고맙고 감사하다. 밴댕이 소갈딱지엔 역시 편안한 숲속 산책이 약이다.

   

아들네의 분양파아트 입주, 그리고 우리 부부의 임대아파트 당첨, 친구의 임시거처 제공 등 모두가 감사하다. 만년에 적정한 부를 쌓지 못한 무책임·무능함에도 불구내 할 일 찾아 스스로와 애들에게 당당하게 사는 내 낙천적 마음이 대견하고 감사하다. 또한 상황이 좋은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들 상황을 역지사지해 나의 감사함과 기쁨을 너무 드러내지 말 것이다.

기사입력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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