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손잡고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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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 2019-11-07

쾌적한 날씨에 하늘이 높은 날, 천변 자전거 도로는 꿈의 출퇴근 길이지만, 하상 도로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좁은 인도 위에 표시된 자전거 도로는 사람들과 자전거가 서로서로 어우러져 안전하고 사이좋게 지나다녀야 하는 삶의 길로 변해 버리는 듯싶다. 나는 보도(步道)가 버스 정류장과 만나는 좁다란 마()의 삼각 지대를 지날 때, 두 발로 지면을 밟고, 마치 어린아이들이 수동 킥보드를 타듯, 안장에 앉은 채 자전거를 한 발씩 천천히 밀면서 지나거나, 아니면 아예 내려서 끌고 지나가곤 한다.

 

사람들과 자전거, 그리고 버스가 만나는 협소한 보행로를 지나면서, 손을 서로 꼭 잡고 나란히 붙어서 걸어오는 남녀와 맞부딪히는 일이 종종 있다. 설상가상 옆에 가로수까지 서 있는 곳은, 두 사람도 각기 지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필 그 비좁은 곳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오는 사람들과 매번 맞닥뜨리는 걸까. 설령 자전거에서 내려 한쪽에 몸을 더 붙인다 해도, 손잡고 껴안듯이 밀착해 마주 오는 사람들은 잠시 손을 놓고 한 줄로 서서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그 둘은 행여 손을 떼면 금방 이산가족이라도 되어버릴 듯 걱정하는지,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손을 움켜쥐면서, 한몸처럼 바짝 붙어버리는 듯싶었다.

 

마주 오는 양측이 각각 비켜서 지나려면, 그들이 잡은 손을 잠깐 놓고 앞뒤 한 줄로 서서, 천천히 한 사람씩 지나면 어렵지 않은데. 그래야 앞에서 자전거를 끌고 다가오는 사람과도 부딪히거나 맞닿지 않고 그럭저럭 지나칠 수 있는데. 그러나 그럴 때마다 마주 오던 두 사람은 붙들고 있는 손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손은 그대로 잡은 채 앞뒤로 안기거나 혹은 업힐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전거에서 내려 다가오는 사람과 옹색(壅塞)하게 비키면서 지나쳤다. 위험에 빠진 늙은 아내의 손을 결코 놓지 않았고 또 놓을 수도 없었던 남쪽 해안의 노인처럼, 그 젊은이들도 굳게 맞잡은 손은 쉽게 놓아버리지는 않을 듯싶었다. 늘 손잡고 살아가는 일상이 그들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안심되고 즐겁다는 듯, 붙들고 있는 따뜻한 손만은 공연히 놓아 버리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손잡고 사는 일상의 삶'이 우리에게 기적 같은 소중한 행복

 

지난달 말, 해남 앞바다에서 70대 중반 노부부는 작은 어선을 타고 문어잡이를 나갔다. 도중에 그의 아내가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다에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남편은 바로 배 시동을 끄면서, 자기 아내의 손을 꽉 붙들었다. 노인은 자기 아내를 바닷물에서 끌어 올리려고 온 힘을 다 썼지만, 작업복에 물이 가득 차 더 무거워진 아내를 도저히 배로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고령인 남편은 빠르게 지쳤고, 기력은 거의 쇠진했지만, 그는 자기 아내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하늘의 도움인지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순찰 해경에게 노부부 두 사람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설사 순찰 해경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그 노부부는 붙들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을 것 같고, 아마 그대로 굳어 영원히 살아갈 화석이 되지 않았을까. 자전거 길과 같이 난 좁은 보행로에서 손을 맞잡고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며, 나는 이제서야 그들이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싶다.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맞잡고 있는 손만은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고, 아마 차마 놓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손잡고 같이 사는 일이 바로 생명을 보존하는 세상의 삶이고, 고난과 위기를 견디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라도 살아가면서 맞잡고 다니는 정겨운 손을 아쉽게 놓쳐 버리는 일이 어떤 경우에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나 서로 손을 붙들고 있을 때, 하늘 같은 해양 경찰의 눈에 띄어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손을 마주 잡고 한몸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오색 가을 단풍 절경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죽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못한 채, 내 가여운 아내는 의식까지 잃고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러나 나도 자그마한 내 아내의 손을 한시도 놓아본 적이 없다. 마침내 우리는 반복되는 새로운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고, 이제 서로 맞잡은 두 손은 고요한 새 삶의 희망이고, 포기할 수 없는 그윽한 생명이며, 축복받은 하루하루의 보람이 되었다. 사소하고 작은 '손잡고 사는 일상의 삶'이 우리에게 기적 같은 소중한 행복이라고 이제야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사랑하는 아내와 맞잡고 있는 손을 나도 끝까지 놓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손을 마주 잡고 살아가는 삶이 그 무엇보다 고귀(高貴)하고 곱게만 느껴진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사입력 :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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