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앞장섰던 보수 논객…변혁의 현대사 증인 박홍 신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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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종교뉴스1팀 2019-11-09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섰던 진보 인사였다가 1990년대 서강대 총장을 지내면서 보수논객으로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홍 신부가 9일 선종했다. 향년 78.

 

박 전 총장은 2017년 신장 투석을 받아 몸 상태가 악화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이곳에서 당뇨 합병증 판정을 받고서 장기 치료를 받아왔다. 신체 일부가 괴사해 병 치료과정에서 이를 절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악화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440분 세상을 뜬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총장은 1980년대까지 운동권 인사로 불렸다. 1941년 경북 경주시에서 태어난 그는 가톨릭대와 대건신학대를 거쳐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7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영성신학 석사학위를, 1979년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전 총장은 이후 사회 운동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1970년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전태일 추모미사를 집전했다가 연행된 것이 대표적이다. 1980년에는 교수들과 민주화 성명 발표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2주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1989년 총장에 취임했다. 당시 그는 막걸리 총장으로 불렸다. 총학생회 출범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총학생회장과 어깨동무를 하고 아침이슬을 부르고 학생들과 술잔을 기울였다며 생긴 별명이었다.

 

박 전 총장은 1991년을 기점으로 운동권과 결별한다. 당시 강경대 명지대 학생이 백골단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뒤,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연이어 분신했다. 이에 박 전 총장은 서강대 메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블랙리스트가 있다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반생명적인 죽음의 세력, 어둠의 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강기훈 대필 조작 사건이 벌어지며, 운동권은 동력을 상당히 잃게 된다

 

이후 박 전 총장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총장 오찬 자리에서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노맹 뒤에는 북한의 사노청(사회주의노동자청년동맹), 사노청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대학가 일부 학생이 북한 노동신문이나 팩스를 통해 지령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1995년에는 서강대 신입생에게 좌경폭력혁명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천주교 예수회 한국관구는 이날 낸 부고에서 "박홍 신부님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며, 오늘 선종하신 박홍 신부님께서 주님 안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기를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20177월 입원해 오늘까지 오랜 기간 무한한 인내로 박홍 신부님께 최선의 의료를 베풀어주신 현대아산병원 정몽준 회장님과 의료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 전 총장의 발인은 11일 오전 730분 장례식장에서, 장례미사는 이날 오전 930분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19 예수회센터 3층 성당에서 각각 있을 예정이다.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 내 예수회 묘역이다.

기사입력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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