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명상의 공통점은 '마음챙김(Mind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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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01-19

마음챙김이란 지금 뭘하든지 간에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

 

법정 스님의 수필 20편을 엮은 책 스스로 행복하라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은 주옥같은 에세이를 여러 권 출간한 법정 스님이 더 이상 자신의 글들을 출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이후 대부분의 책이 절판된 바 있다. 다수의 독자들이 아쉬워했는데 샘터사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법정스님의 뜻을 잇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해 다시금 선보이게 됐다

 

다시 만나는 법정 스님의 명수필 스스로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이 남긴 글들 중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가려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일상의 삶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법정 스님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집착에 사로잡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우리는 법정 스님이 남긴 글을 통해 인간다운 삶,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된다.


1장에는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담았고, 2장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충만한 삶을 설파하는 글들을 담았다. 3장에는 법정 스님이 어린 왕자, 모모, 희랍인 조르바등 책에서 발견한 지혜를 전하며, 4장에는 사랑한다는 것은 곧 주는 일이요, 나누는 일이다. 주면 줄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넉넉하고 풍성해지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법정 스님의 나눔의 메시지들을 담았다

 

이 책은 16샘터에서 발간됐다. 법정 스님은 생전 샘터사가 발간하는 교양지 '샘터'와 오랜 연을 맺었다. 1979년부터 1980년까지는 '고사순례(古寺巡禮)'라는 제목으로,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산방한담(山房閑談)'이라는 제목으로 '샘터'에 글을 실었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이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이다. 법정 스님은 2010311일 열반에 들었다.  

 

명상은 무소유법정 스님의 글과도 통해

 

'무소유'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의 글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그의 글을 통해 무언가 위안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도 무수히 많을 터인데, 아마 종교인으로서의 법정보다는 '명상 수필가'로서 더 가깝게 느끼는 이도 많을 듯하다.

 

"우리는 '내 것'이라고 집착한 것 때문에 걱정하고 근심한다. 자기 자신도 영원한 존재가 아닌데 자신이 지닌 것들이 어떻게 영원할 수 있을 것인가?" 언뜻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는 법정 스님의 문체는 평범한 말에 담긴 어떤 힘을 느끼게 한다. 평범 속의 비범이라고 할까.

 

법정 스님의 글은 오늘날 영미권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현대 명상과도 잘 어울린다. 불교라는 종교를 의식하지 않고도 한편의 성찰적 수필처럼 읽히는 점에서 그러하다. 기독교 국가인 영미권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명상은 불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특정 종교와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명상을 위해 불교 신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명상 방법에서 불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인도의 오래된 전통 요가에서부터 태국·미얀마 등 남방불교권의 위파사나, 한국의 전통 참선 등이 두루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참선 혹은 선이란 말을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한국 불교계에서도 요즘은 참선 대신 명상이란 용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 동양의 전통 수행이 서양의 명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제 다시 역으로 동양이 서양의 명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식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 명상의 공통점은 '마음챙김'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이다.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챙김이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든지 간에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말한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해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 1979년 메사추세츠 대학병원의 존 카밧 진Jon KabatZinn이 불교 명상법을 이용해 개발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나 MSC(Mindfull Self-Compassion: 자비명상이라고 번역이 되며 하버드대의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에 의해 체계화된 프로그램)같은 명상이 미국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MBSR1970년대 말에 서양 의학과 접목해 환자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의료 명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이후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MSC2010년 무렵 창안됐으며, 마음챙김의 따뜻한 주의와 관심을 다른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보는데 먼저 대입해보는 훈련이다.

 

서광 스님은 "명상은 궁극적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나도 이롭게 하고 상대방과 내 주변도 이롭게 하는 상생의 지혜를 찾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MSC에서 굳이 자기 연민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기를 너무 방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정신의학부 카렌 블루스 교수는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이야기했다. 청소년 교육에 MSC를 도입하는 방식을 연구해온 카렌은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만 마음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 2019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경주 골굴사에 전해지는 선무도(禪武道)를 체험하고 있다.

 

문화는 서로 주고받게 마련이다. 마인드풀니스라는 이름의 현대 명상이 서양에서 한국으로 왔다면, 한국에서 숙성된 마음챙김은 이제 다시 또 서양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무슨 일에 종사하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지각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는 표현도 마음에 와 닿는다.   

 

좌선·참선도, 명상도 목적은 성숙한 삶수행의 목적은 조화”  

 

불교의 전통 참선과 현대 명상은 겹치는 부분도 있고 갈라지는 부분도 있다. 겹치는 공통점을 더 많이 찾아보려고 하는 인물 중에는 탄허 스님의 제자인 혜거 스님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명상지도자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가 펴낸 천 년을 이어온 마음 수련법은 참선과 명상의 접점을 되새겨보게 한다. 원래 전통 참선 수행 지침서인 좌선의(坐禪儀)를 혜거 스님이 우리말로 풀어냈는데, 현대 명상의 용어를 함께 사용하며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좌선이나 참선이나 명상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행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혜거 스님의 표현처럼 성숙한 삶이라 해도 좋다. “한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자신과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무수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뜻하고, 이것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혜거 스님    

 

불교 수행의 핵심을 조화와 중도로 풀어내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불교 수행의 핵심은 조화이다. 그 무엇이든 지나쳐도 안 되고 부족해도 안 된다. 조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버릴 때 이루어진다. 중도란 좌우의 양끝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집착하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난 가장 적절한 상태를 말한다. 곧 부처가 제시한 바르게 사는 여덟 가지 길, 즉 팔정도(八正道: 깨달음을 얻기 위한 8가지 바른 길로서 정견正見·정사유正思惟·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념正念·정정진正精進·정정正定을 말함)와 같은 개념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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