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찰에 가야만 신앙생활일까…코로나19가 던진 ‘빅 퀘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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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03-27

 


특정 시간
·공간서 모이기보다 일상속 믿음실천 중요목소리

오프라인 가치도 새삼 깨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에 다시 한 번 주일이 지나갔다. 앞선 주일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일을 앞두고도 예배를 중단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았다.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예배 자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322일 주일에 사랑제일교회·연세중앙교회 등 일부 교회는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대구·경북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온 충청지역의 일부 교회들도 현장예배를 진행했다. 대전시는 시내 교회 2178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30%가 넘는 733개 교회가 예배를 드렸다고 발표했다.

 

개신교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합동)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예장합동 교단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일예배 점검이 감시와 통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예배당 출입 확인서를 만들어 소속 교단 교회에 배포했다출입 확인서엔 예배 시작부터 끝까지 경건한 자세로 참여해 예배 진행을 방해하지 않기 예배 중 사진 및 영상 촬영 금지 정확한 신분 확인 절차에 동의 신천지 등 이단사이비와 무관함 확인 공무원으로서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고 교회를 향한 어떠한 위헌과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예장합동 총회 측은 공무원이 해당 확인서에 서명할 경우에만 교회 출입을 허용할 것을 독려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교단 소속 목회자에게 "코로나19 사태에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해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감독 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에 진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회중 예배는 정교회·가톨릭·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전통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으로 예배가 중단되는 건 그리스도교 교회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치료제가 없어, 접촉 차단 외에 별다른 예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의 발상지 독일도 예배 중단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종교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발상지 독일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22(현지시간)부터 모든 종교시설에서의 예배와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메르켈 총리의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였다.

 

독일 교회도 정부 방침에 화답했다. 독일 20개주 교회·교단이 꾸린 '독일개신교총회'(EKD,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313일부터 419일까지 6주간 모든 예배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신도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나누도록 권고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교회에 예배를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것은 예배가 못마땅해서가 아니다. 예배에 신도들이 모이고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 대형 교회인 서울 명성교회를 비롯해 성남 은혜의강 교회, 부천 생명수 교회 등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달았다

 

주일예배를 강행한 곳이 '일부'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합동이 주일예배 중단을 종교탄압으로 받아들이고 공문까지 만들었다는 것은 한국 주류 보수 교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그럼에도 수많은 개신교 교회와 가톨릭 교회가 앞장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33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이번 코로나19는 예기치 않게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회에 예배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하느님 

 

다른 종교보다 개신교·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주일 예배를 신도가 지켜야 할 기본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이런 점에서 예배 중단은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다. 이런 이유로 예배를 중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간단하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예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예배는 장소보다 관계라는 말이 있다. 꼭 특정 장소에 있는 교회에 나와 예배드려야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사도 바울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사도 바울의 존재는 실로 대단하다. 그런데 신앙적 감화를 받기 전 바울은 그리스도교를 앞장서 탄압했다. 그런 바울이 어느 날 다메섹(다마스커스)으로 향하는 도중에 길 위에서 하느님과 만났다.

 

사울(바울의 이전 이름)이 길을 가다가 다메섹에 가까이 이르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그를 들러 비추는지라. 땅에 엎드려져 들으매 소리가 있어 이르시되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시거늘 대답하되 주여 누구시나이까 이르시되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

- 사도행전 9:3~5

 

이 체험 후 바울은 사도로 회심해 그리스도교를 지중해 문화권에 전파했다. 바울이 아니었다면, 그리스도교는 중동 세계에만 머무를 수 있었다.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한 바울은 예배당이 아닌 노상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길을 돌이켰던 것이다.

 

코로나19가 예배의 의미를 고찰해 보는 계기일 수도 있다. 하느님은 교회라는 '장소'가 아닌, 삶 속에서 다양하게 맺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분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온라인 예배·미사·법회는 기존 신앙활동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종교 활동이 종교계 안팎에 커다단 파장을 낳고 있다. 온라인 미사·예배·법회는 성직자와 신도들 모두에게 새로운 종교 환경이자 신앙생활로, 당혹감을 안기면서 동시에 기존 신앙생활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로 모여 하나 되는 오프라인 신앙생활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한편으로 신앙생활이 특정 시간·장소에 모여야만 하는가등 그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근본적 질문들이 제기된다. 한국 종교계에 빅 퀘스천(Big Question)’이 던져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종교계가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에 적극 나서면서 종교계 온라인 활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신앙생활에 던져진 빅 퀘스천’(근원적 질문)  

 

코로나19로 종교계는 지난 2월말 사상 처음으로 종교 활동의 온라인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온라인 신앙생활이 3~4주간 이어지면서 종교계에서는 신앙생활의 형식·내용을 둘러싼 근원적 질문(빅 퀘스천)들이 나오고 있다. 특정 시간·공간에 모여야만 하는가, 이 시대에 성당과 교회·사찰이 지니는 의미와 기능은 무엇인가, 종교시설 밖 일상생활 속에서의 신앙활동 한계는 어떤 것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신앙생활을 성찰하는 이러한 물음들은 특히 온라인 주일예배를 놓고 다양한 견해가 나온 개신교에서 두드러진다. 이길주 목사는 최근 문화선교연구원(이사장 한재엽, 원장 백광훈) 웹진에 쓴 글에서 온라인 예배가 교회건물에서만 예배한 교인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예배할 수 있는 신앙인으로서의 큰 도전과 고민을 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건물에 모여 예배하지 않으면 예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는가 고민하고 일상이나 사회, 나 혼자의 공간에서도 예배하도록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도 디지털시대에 온·오프라인 예배 문제, 목회나 선교활동, 신앙생활 전반에 대한 신학적·신앙적·예배학적인 다양한 물음들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향후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 신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성당·공동체적 모임의 귀중함을 새삼 알게 됐지만 한편으론 개인적·일상생활 속에서의 신앙생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조계종 사찰의 한 스님도 법랍 40년 동안 이런 도량을 경험하지 못했다“‘주말에만 절이나 교회를 찾아 고개 숙일 생각 말고 평소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라는 내용의 생전 법정 스님 법문을 떠올리는 요즘이라고 밝혔다

 

종교계의 새로운 분기점 되나 

 

온라인 종교활동이 지속되자 종교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성직자, 신도들은 성소에 함께 모이는 오프라인 종교활동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 행신침례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 김관성 목사는 처음으로 신자분들이 모이지 않은 주일예배를 유튜브로 중계했는데 너무 어색하고 신앙적 흥이 나지 않았다저는 물론 다른 목회자들, 신자들도 모여 손잡고 안부 묻고 식사를 함께하는 공예배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은 종교계에 온라인 활동을 가속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관성 목사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예배에 부정적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온라인 중계를 병행할 것이라며 주변 여러 목회자들도 공감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온라인 종교활동의 기폭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길주 목사도 온라인 예배를 위한 교회의 준비사항을 문화선교연구원 웹진에 소개한 뒤 이번 사태는 한국교회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신교에 비해 온라인 활동에 소극적이던 천주교도 바뀌고 있다. 일부 교구는 교구장 주교의 집전 미사를 중계하거나 홈페이지·유튜브를 통한 영상 제공, 교구 차원과 신부 개인의 SNS 활용을 적극 추진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의 확산은 물론 소통을 위한 의지표현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계도 전례 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문을 폐쇄했다 한 달 만에 322일 일부 개방한 합천 해인사는 최근 유튜브에 해인사 TV’ 계정을 열고 예불·법회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해인사 역사 1200년의 첫 시도라며 불자들에게 이를 통해 또 다른 신심과 감동을 만들어보자고 당부했다. 그동안 선교·포교수단의 하나로만 여겨지던 온라인 활동이 종교계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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