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아시아병”…美·유럽, 불구경하다 ‘21세기 페스트’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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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03-31

방심 대가 2 진원지고통·, 확산 책임론 다툼 지구촌 방역 공조 실종

 

 

방심의 대가가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만명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의 이목이 쏠린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다.

 

지금도 코로나19는 국경 없이 지구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방역 대응체제는 실종 상태다. 한때 세계 지도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노선으로 인해 고립주의에 빠져 있다. 확진자가 12만명을 넘어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는데도 중국과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놓고 감정싸움이나 하는 중이다. 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세계보건기구(WHO), G7(서방선진 7개국), G20(주요 20개국) 등 협의체도 유명무실하다.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는 WHO는 이 와중에 더욱 힘을 잃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수십 개 나라가 대놓고 국제보건규칙을 어기고 있고, 발병 상황을 공유하라는 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지구적 협력은 요원하다.

 

유럽 지역에선 전세계 70%를 점할 만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은 공동 대응책을 내놓고 공조하기보다는 회원국 간 불협화음만 드러내고 있다. 국제적인 협력·대응 시스템 부재 상태에서 각자도생에 혈안이 돼 있는 게 세계 각국의 현주소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328(현지시간) 글로벌 협력 체제가 없어 코로나19 의학정보 교환이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의료장비 수출입 협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각국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지도자들이 세계 주요국에 포진해 있는 것도 국제협력을 막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정학적인 헤게모니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5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성명에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넣으려는 바람에 공동성명이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그다음 날 열린 G20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바이러스 명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굴기를 더 억누르려고 하고, 중국은 의약품 원조 등을 통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중국은 사태 초기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의 파견을 거부했고, 사실 은폐에 급급했다. G20은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경제를 살리기 위해 5조달러를 투입하고 백신 개발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미국은 어느 정도 기여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서유럽 국가 간 갈등도 표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유럽 국가 주민들의 미국 입국 금지 결정을 발표하면서 EU에 미리 알려주지 않아 서유럽 국가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진단 키트, 인공호흡기, 의료보호장비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세계의 보건정부기치로 설립된 WHO는 중국과 일본을 두둔하는 편향적인 태도로 연일 비판받다가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사퇴 청원까지 받는 등 신뢰가 추락했다.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갈등으로 인해 뒷전에 밀려나 있다. EU에서도 27개 회원국이 26일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6시간 동안 논쟁만 하다가 단합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12만명 넘어선 확진자사망자 이틀새 1000명 늘어 두 배

환자수도 사흘 동안 2만명씩 증가뉴욕사망자 90% 집중된 뉴욕시 치안공백까지 우려 전쟁터 방불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125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환자가 폭증한 뉴욕·뉴저지·코네티컷 등 3개주() 주민들에게 미국 내 여행 자제경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여행까지 제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328(현지시간)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주민들에게 14일 동안 꼭 필요하지 않은 국내 여행 자제를 촉구한다이는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럭 수송, 공중보건, 금융 서비스, 식량 공급 등 주요 인프라 산업 종사자는 제외된다.

 

CDC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CDC는 일반적으로 미국 내 여행에 대한 경보나 제한을 발령하지 않는다그러나 코로나19가 많은 주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지역사회 전파를 경험하고 있다. 공항처럼 붐비는 여행 관련 장소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병원선 USNS 컴포트의 출항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해군 병원선은 뉴욕항에 배치돼 현지 병원들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주()에 대해 강제 격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엄포를 놨다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강력 반발하자 트위터를 통해 “(강제)격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철회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329일 오전 9시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124686, 사망자는 219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사흘 동안 매일 2만명 가량씩 증가했고, 사망자는 이틀 만에 2배가 됐다. 특히 지난 1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뒤 1만명이 될 때까지 약 두 달이 걸렸지만, 1만명에서 10만명으로 불어나는 데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카고에서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유아가 숨졌다.

 

자택 대피령을 내린 주가 24개로 늘면서 22500만명의 발이 묶였다. 테네시와 인디애나주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환자 1000명을 넘긴 주는 17곳으로 늘었다. 미시간과 매사추세츠주 등 15개주가 중대 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최대 확산지인 뉴욕주 환자는 하루 새 7000명 이상 급증해 53520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834명이다. 이에 플로리다와 텍사스, 메릴랜드, 사우스캐롤라이나, 매사추세츠, 웨스트버지니아, 로드아일랜드주 등은 뉴욕주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14일간 의무격리 명령을 발동했다. 특히 로드아일랜드주는 전날부터 주 방위군을 동원해 뉴욕주 번호판을 단 차량을 세워 운전자에게 의무 격리 방침을 통보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헌이자 위법적 조치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뉴욕주는 428일 열릴 예정인 대선 경선을 623일로 연기했다.

 

뉴욕주 사망자의 90%가량이 집중된 뉴욕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병상이 가득 찼지만 신규환자 발생의 정점이 오기까지 아직 23주 남았다면서 조만간 의료진이 누구에게 살 기회를 줄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찰관과 소방관 등이 집단 감염되면서 치안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경찰서(NYPD)에서는 경찰관 등 최소 51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뉴욕소방서에도 소방관과 응급의료 요원, 일반 직원 등 최소 206명이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응급의료서비스(EMS)를 위한 911 전화는 역대 최다인 하루 7000건 이상 집중됐는데, 일주일 만에 3배로 폭증했다. 코로나19 환자인 아내 곁을 지키지 못하고 업무에 나섰다가 결국 사별한 EMS 종사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를 둘러싼 호소가 이어지자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도록 했다.

 

 

의학전문가 코로나19로 미국인 50만명 가량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의학 전문가가 미국에서만 약 1억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50만 명 가까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8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네브래스카 대학 병원의 제임스 로울러 박사는 지난 226일 미국병원협회(AHA)가 개최하는 한 웹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준비하면서 의료 지도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자료에서 지금의 바이러스 확산 추세라면 미국인 96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고 이중 48만 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노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감염될 경우 80세 이상은 14%가 사망, 70~79세는 8%, 60~69세는 3.6%가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측했다. 심장병을 가진 사람이 감염될 경우 사망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보았다.

 

로울러 박사는 이같은 수치를 근거로 코로나19가 계절 독감보다 10배 더 위험하며 병원은 이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브래스카 대학 병원 대변인은 그의 주장이 현존하는 데이터에 기초한 개인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더 많은 정보가 입수될수록 예측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로울러 박사는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국토안보위원회 위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을 지냈다 

 

유럽 48개국 확진자 28만명·사망 16000여명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6일만에 최저정점 임박했나  

 

전세계 코로나 19 감염자가 329(현지시간) 68만명을 넘어 70만명이 임박했다. 이탈리아 사망자만 1만명을 넘는 등 유럽지역 사망자 규모가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서서히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9일 오후 6(현지시간) 기준으로 전국의 누적 확진자 수가 97689명으로 전날 대비 5217(5.6%)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루 기준 증가 인원으로는 지난 23일 이래 최저치다. 10% 안팎이던 증가율도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며 5%대까지 내려왔다. 누적 사망자 수는 756(7.5%) 많아진 1779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하루 신규 사망자 역시 27919명으로 최고치를 찍고서 이틀 연속 감소 추세다. 전날 신규 사망자는 889명이었다.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확산 거점이자 최대 피해 지역인 롬바르디아의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적 확진자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1.03%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 이탈리아 나폴리 거리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코로나19 예방마스크로 표현한 대형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2019년말 코로나19 등장 이래 두 달여 동안 유럽 국가들이 한 것은 강 건너 불구경과 인종차별이 전부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무늬만 세계화시대를 산 이들에게 바이러스는 더욱 가혹하게 침투했다. 코로나19 2의 진원지가 된 미국과 유럽이 ‘21세기 페스트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악몽 언제 끝나나선진국의 굴욕 

 

코로나 대륙이 된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이미 중국을 크게 웃돌았다. 언제까지 공포가 계속될지 가늠할 수도 없다. 들불처럼 번지는 확산추세로 보건대 아직 최악은 오지도 않았다. 생활수준과 경제 규모 면에서 내로라하는 유럽 선진국들의 굴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27(한국시간) 통계정보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 48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8만여명, 사망자는 16100여명이다. 전세계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다. 사망자 수로도 이탈리아(8215)와 스페인(4858)은 중국(3292)을 추월한 지 오래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사율은 세계 최고인 10%대다. 누적 확진자 8589명이 나온 이탈리아의 뒤를 스페인(64059)과 독일(47373)이 추격하고 있다. 316제발 집에 좀 있으라며 전국민을 꾸짖는 대국민 담화로 화제가 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는 누적 확진자가 29155명을 기록했다.

 

그 밖의 유럽 국가들도 확산세가 본격화했다. 스위스(11951)도 확진자 1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독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1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토스 스타이쿠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올해 그리스 경제가 13% 사이에서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 슈피겔 표지(왼쪽)와 이를 패러디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제작 포스터. 반크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제목으로 인종차별을 조장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 보도를 비판하는 포스터를 지난 2월18일 배포했다. /반크 제공  

 

 

방심, 인종차별이 부른 재앙한순간에 나락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인 데다 감염성마저 역대 최고 수준인 초유의 사태. 남 의 일처럼 뒷짐 지고 보았던 유럽에 현 상황은 예고된 참사였다. 바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에 비해 바이러스가 건너가기까지 최소 한 달의 시간이 더 주어졌음에도 유럽은 검사키트 개발도, 보건·의료시스템 대비도, 솅겐조약 관련 조정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듯하다.

 

뿌리 뽑지 못한 인종차별의 잔재는 비상시국에 대한 냉철한 대비를 방해했다. 코로나19아시아인이나 걸리는 병정도로 인식한 안일함이 대응의 긴장감을 낮추고,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유럽인들이 현지 거주 아시아인들을 바이러스로 칭하며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됐다. 대중이 노골적 혐오를 방사했다면 언론은 교묘한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19 속보를 전하며 아시아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와 문구를 심심찮게 끼워넣었다.

 

여기서는 일어날 리 없어(It Could Never Happen Here)’라는 팽배한 인식이 유럽의 코로나19 참사를 부른 핵심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산드라 잠파 이탈리아 보건부 차관은 NYT이탈리아는 중국의 사례를 실질적 경고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공상과학소설로 취급했다며 이 점이 가장 뼈아픈 지점이라고 밝혔다.

 

유럽 주요 정치인 1호 감염자인 이탈리아 집권당 대표 니콜라 진가레티 의원(민주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진가레티 대표는 지난 227밀라노에서의 식전주() 한 잔이라며 잔을 부딪치는 사진을 올리더니 우리 일상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이날 400여명이던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는 10일도 채 지나지 않아 5883명으로 급증했고, 진가레티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영상을 올렸다.

 

 

지금 유럽의 현실은 이를 후회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수천명씩 감염자가 늘고, 일부 지역에선 30분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온다.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몰아닥친 준전시 상황의 긴박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재기(panic buying) 행렬에 동참하거나 집 안에 갇혀 고독을 견디는 일 정도다.

 

 

유럽의 의료시스템은 연일 쇄도하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치사율이 낮은 대신 감염성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환자 수가 계속해서 급증하기 때문이다.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확산 추세는 한창인데 이미 의료 현장은 마비돼 의료진과 의료장비, 병실 부족의 삼중고에 처했다. 아틸리오 폰타나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지사는 곧 신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 하나로 충격을 안겼다. 올라온 지 5시간여 만에 트위터 조회수 12만회 이상을 기록한 이 영상은 스페인의 한 병원 복도 바닥에 테이프로 줄을 긋고 수건을 깔고 줄줄이 누워 있는 환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유럽 내 여러 의료시설의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확산 늦추기가 유일한 대응한국이 부러운 유럽

 

이 와중에도 상당수 유럽인이 주점과 해변, 공연장 등에 모여든다는 뉴스가 수차례 보도되자 세계는 경악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제1 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행위다. 말 안 듣는 국민들에게 프랑스 대통령은 유튜브 생중계로 불호령을 내렸을 정도다.

 

바이러스 제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 통제로라도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상시국 앞에 선진국의 자부심은 무너졌다. 공무원의 관리능력, 의료체계 등이 부실한 데다 고령화까지 진행된 상황이 악재를 키웠다. 아시아에 비해 이런 취약점이 도드라진 유럽은 결국 확산을 막는다가 아닌 확산을 늦춘다는 전략을 택했다.

 

일부 나라에선 정부의 이른 체념이 민심의 분노를 자극하기도 했다. 영국은 봉쇄가 아닌 집단면역’(herd immunity) 정책을 초기에 내세웠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12일 발표한 집단면역은 집단 내 대부분 사람이 특정 질병에 걸려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집단 전체가 저항력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존슨 총리는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만 집에 7일간 머물고, 그렇지 않으면 평소대로 생활하라. 감염 의심자와 접촉자들에게 강제 검사를 받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인명 피해가 가장 극심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베르가모시 공동묘지 내 임시천막에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3월18일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을 고수할 때 최대 26만명의 목숨이 희생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존슨 총리를 영화 속 살인마 조커에 비교하는 풍자가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316일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국민 전체 이동금지령이 사실상 유럽 주요국에 모두 내려졌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결국 23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3주간 이동과 여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2명을 초과하는 모임을 2주간 금지했다.

 

유럽인들에게는 드라이브 스루를 동원해 매일 엄청난 양의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국가 지시도 잘 따르는 편인 한국의 사례가 부러워 보일 법도 하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 유랙티브닷컴은 한국의 헌신적 노력과 투명성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316일 보도했다. 한국의 방역에 대해 이 매체는 투명성과 최신 기술, 기관과 시민의 책임 있는 접근법을 결합한 결과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거나 향후 몇 주 내에 악화될 상황인 국가들에 모범사례로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국제보건규칙이 만들어진 1969년 이후 세계는 건강이라는 지구적 공공재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며 큰 진전을 이뤘었다. 1967년 한해에만도 1500만명을 감염시키고 200만명을 죽일 정도로 위세 등등했던 천연두를 박멸한 것이 1979년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1980년대를 거치며 각국 정부는 건강 및 보건 예산을 크게 삭감했고, 보건 원조가 줄어들며 저개발 국가들의 보건 서비스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에볼라,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각종 전염병이 세계를 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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