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시대의 중세적 맹신과 시한부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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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04-02

혹세무민에 악용되는 종말론역병 창궐하는 말세·말법시대

탄허 스님 종말이 아닌 성숙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종교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화두가 된 시대다.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나라가 등장했고, AI'()'으로 섬기는 종교도 탄생했다. 이 종교의 창립자는 AI가 인간을 능가하면 신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IT기업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브스키가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 WOTF)’이라는 교회를 2017년에 설립했다. 미국 국세청(IRS) 기록에 따르면 레반도브스키는 이 교회의 사제(Dean)와 최고경영자(CEO)로 등재돼있다. ‘미래의 길(WOTF)’ 교회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발한 AI를 신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여 예배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수십억 배 현명한 존재라면 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회는 컴퓨터가 인간보다 현명해지는 것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이라면서 역사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높은 지능을 지녔기 때문에 지구를 지배했듯이 미래에는 인간보다 현명한 AI가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교토(京都)시 히가시야마(東山)에 있는 고다이지(高台寺)에선 2019223일 로봇 관음상인 마인더가 주재하는 법요식이 최초로 열렸다. 이날 마인더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25분간 설법을 하며 로봇에는 상대에게 공감하는 마음이 없지만, 인간에게는 공감하는 힘이 있다고 설파했다. 또 중국에서는 2015년 베이징 용천사(龍泉寺)에 등장한 로봇 승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법명이 센얼(賢二)’인 이 승려는 키가 60가량으로 노란색 승복을 입고, 손에는 작은 태블릿PC 모양의 모니터를 들고 있다. 이 로봇 승려는 불경(佛經)을 외울 수 있고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지시하는 내용도 이해한다. ‘AI와 종교와의 만남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했다. 용천사는 또 중국 대표 IT기업 아이플라텍, 텐센트와 제휴해 AI가 탑재된 3세대 로봇스님 센얼개발에 착수했다.

 

이제 과학기술이 종교의 숭배대상인 신()마저 만들어 내어 숭배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참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현대문명은 이렇게 발달돼 있는데 정작 그 문명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인간의 종교와 이를 믿는 신앙 행태는 여전히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 대표적 사례가 AI를 비롯해 첨단 IT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슈퍼 전파의 배경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와 일부 일탈된 목자들의 중세적 사고에 바탕한 발언들이 매스컴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파 공간되고 있는 현장 예배교회들구로 만민중앙교회 집단감염 새 진원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사망자도 속출하면서 신천지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부 개신교회에서도 감염 전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와 개신교계 등에 따르면 329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대형 교회와 중·소규모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강행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사랑제일교회는 구속된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담임목사로 있는 곳으로, 방역지침을 위반해 45일까지 집회가 금지돼 있는데도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11시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이 교회 앞에 늘어선 가운데 열린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는 수천명이 운집했다. 서울시는 예배에 참석한 전원을 고발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종교 탄압이 아니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최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겨 집회금지명령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3월29일 예배를 강행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신도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부산 온천교회와 부천 생명수교회, 수원 생명샘교회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성남 은혜의강교회와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 등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들 교회에선 신도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지인 등의 2, 3차 감염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교회에서 또다시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는 등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금천구에 따르면 329일 오전 만민중앙교회 신도인 4남매가 한꺼번에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이 교회 관련 확진자 수는 이날만 9명이 확인됐고, 총인원은 30일 정오 기준 최소 26명으로 파악됐다

▲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교회에서 총인원 최소 22명의 확진자가 나와 3월29일 건물 출입구가 폐쇄됐다.  

  

이처럼 만민중앙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민중앙교회는 36일부터 온라인 예배로 진행한다고 했으나 최근 온라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200명 이상이 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5일에는 전남 무안 만민중앙교회 20주년 행사에 확진자 3명을 포함해 신도 7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 당국은 전남지역 감염자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 중이다.

 

1943년 무안에서 태어난 이재록 목사는 1982년 서울 구로에서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했다. 예수교대한연합성결교회를 만들어 스스로 총회장에 취임했다. 연합성결신학교 이사장도 맡았다. 이 목사는 만민교회’ ‘만민성결교회란 이름으로 다수의 지교회를 세워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교세를 확장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20대 여신도 9명을 수십 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20185월 구속돼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6년형이 확정됐다. 현재 이재록 목사의 딸 이수진 목사가 당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최근 성남 은혜의강교회를 비롯해 수도권 일부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강행하다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개신교계가 송구하다고 밝혔다. 개신교 교단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총연합(UCCK)319일 발표한 공동담화문에서 몇몇 교회에서 교인과 지역 주민의 안전을 해치며,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손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방역당국과 국민 앞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일부 목자들은 왜 코로나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신의 징벌로 호도할까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의 주요 원인이 좁은 공간에서 밀착식 예배를 드리고 신도들이 거의 매일 교류하는 신천지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 방역당국이 이미 밝혔다. 이들이 잠입시킨 추수꾼으로 인해 기성 교회들도 행여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금번 병마 사건은 우리가 급성장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주장들은 기성 교회 일부 목사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경남 창원에 있는 한 개신교 목사는 중국 시진핑(習近平)이 하나님 눈에 악한 정책을 만들었다전염병은 범죄한 백성들과 그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로 하나님이 지금 중국을 때리고 시진핑을 때리는 것이라고 했다.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다. 큰 재난이 닥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일부 목자들의 단골 망언들이다. 그들에 따르면 동남아 쓰나미는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뉴올리언스 홍수는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언사(言辭)로 일관하고 있는 목자들은 이들 뿐만 아니다. “의사들에 따르면 야외 집회로 코로나19가 감염된 사례가 없다. 우리가 충분히 집회를 강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 국민 여러분에게 제가 선포한다. 내일 집회를 감행하겠다.”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의 221일의 발언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의 도심 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그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222일 정오부터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 전광훈 목사와 범투본의 이같은 집회 강행은 현행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이 강제 해산할 수 없다는 빈틈을 악용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집회 등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감염병 예방법이 전부다. 지자체(서울시)가 고발하면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처벌의 근거가 된다.   

▲ 지난 1월 경찰이 신청했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풀려난 전광훈 목사. 지난 2월 경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24일 구속됐다.  

 

전 목사가 이러한 처벌규정을 비웃으며 신도들을 코로나19의 위험 상황으로 내몰았다면, 일부 목사들은 설교를 통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19를 두고 하나님의 심판운운하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설교를 이어갔다. 평택의 한 교회 목사는 국무총리 이름에 세균이 들어갔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황당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감염병은 독실한 신앙인이나 정치인을 가릴 리 없다.

 

그런데도 이들 목자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반윤리적·정치적 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언동을 일삼는 목자일수록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끌어내 사람들에게 현시(顯示)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여러분 중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느냐. 그럼 다음 주 예배에 오라.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다.” 직접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전 목사의 발언이다. “대구 목사님들, 정부가 예배드리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하는 당신들이 목사들이냐?” 이런 발언들은 중세시대 유럽인들을 연상하게 된다.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휩쓸던 시절 중세인들은 역병을 하나님이 내리신 징벌이라 믿고 교회에 모여 집단적으로 회개의 기도를 올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하나님은 이들을 고쳐주지 않았다.

 

성경의 기록과 우리의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지역적·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따라서 하나님이 고대 이스라엘민족에게 하신 말씀을 21세기 한국인을 위한 메시지로 옮기는 데에는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목자들에겐 그런 해석학적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을 글자그대로(축어적으로) 해석한다. 그 결과 고대인의 세계관이 현대를 살고 있는 신도들의 머리를 지배하게 되고, 맹신에 빠진 신도들은 종교적 상징과 비유를 그대로 물리적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물리적인 자연 현상을 과학적 상식의 잣대로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만 중세적 맹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종말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바이러스 국내 확산의 배경으로 꼽히는 신천지 등이 주장하는 종말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종말론이 자의적(恣意的) 해석으로 시한부 종말론로 변질돼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3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낸 장면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사자 조심이라고 적힌 대문 팻말이다. 문 안에는 실제 사자(獅子) 대신 사자 조각상이 서 있었다. 신천지 총회본부 간판에도 사자 그림을 그려 넣은 점이 눈에 띈다.

 

교회 관계자들은 이만희 총회장이 하나님 말씀을 대신 전하는 대언(代言)의 사자(使者)’임을 비유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신천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과천 청계산에서 요한계시록(천주교는 요한묵시록이라 칭함)의 예언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 총회장은 1966년 유재열이 경기도 과천 청계산 자락에 설립한 장막성전에 몸담았으며, 신천지 총회본부도 과천시 별양동에 있다. 신천지는 과천(果川)의 한자가 열매를 뜻하고 청계산(淸溪山) ‘()’자의 한자 훈이 시내라는 점을 들어 각각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과 시내산(시나이산)이라고 신도들에게 가르친다. 단어의 어원이나 뜻을 따져 보면 별 연관이 없는데도 그럴듯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 3월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회 ‘평화의 궁전’ 앞 기자회견장에 이만희 총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예언 속 비유는 천국 문을 여는 암호

 

신천지가 창립 30여년 만에 급성장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비유와 상징으로 쓰인 성경을 새롭게 해석한 대목이 꼽힌다. 이는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에서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다른 종교에서도 오래된 경전이나 정감록(鄭鑑錄)등 비결서(秘訣書)에 적힌 인명·지명과 문구의 의미를 절대자의 예언이나 신의 섭리로 설명하는 예가 많다.

 

신천지는 신도 입문 단계에서 비유풀이(말씀의 짝풀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성경 구절이 뜻하는 바가 뭔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나 천주교 등 기성 교단에서는 성경의 자의적 해석을 금하지만 신천지는 예언 속에 나온 비유는 천국 문을 여는 암호와도 같아 신앙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는 사람의 자의적인 생각으로 풀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성령이 함께하는 사람만이 이를 밝혀 풀이할 수 있다면서 이 총회장의 능력을 강조한다.

 

후천개벽과 미륵 현신도 종말론의 일종

 

신천지가 급성장한 또 하나의 배경으로 조건부 종말론을 앞세운 점이다. 선택받은 자만이, 그것도 이 총회장에게 인정받은 사람만이 심판의 날에 구원받아 영생을 누린다고 강조한다.

 

종말론은 대부분 종교가 다루는 핵심 교리로 메시아의 등장(교주 재림), 심판과 구원, 환난과 종말(새 시대의 도래)이 골자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유일신 종교에서 비교적 그 전통이 강하게 나타난다. 학자들은 고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돼 차례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동학(천도교), 원불교, 증산 계열 신흥 민족종교들은 후천개벽(後天開闢)을 내세워 교세(敎勢)를 넓혀왔다. 우주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가 뒤따른 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사상이다. 이는 불교의 미륵사상을 발전시켜 천지개벽을 앞세운 도교 신학과 밀접하다.

 

윤회 사상이 뿌리 깊은 불교는 비교적 종말론적 경향이 약하지만, 말법(末法)시대에 미륵불이 출현해 용화세계(龍華世界)를 구현한다는 예언이 미륵상생경(彌勒上生經)(도솔천의 아름다움과 그곳에 태어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불교 경전으로,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미륵성불경(彌勒成佛經)과 함께 미륵삼부경(彌勒三部經)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 널리 유통되었음) 등에 실려 있다. 이 미륵사상이 강렬한 종말론을 형성한다. 이를 근거로 후삼국시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 일제강점기의 전용해(백백교)와 서백일(용화교) 등 권력자나 신흥종교 교주가 미륵의 화신임을 자처한 사례가 적지 않다.

 

기독교에서 종말론은 핵심 교리다. 신약성경 4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여러 차례 심판의 날과 하나님(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예언했다. 예수 제자인 바울과 베드로도 각각 데살로니가 전·후서와 베드로 전·후서 등 서간문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온다는 약속을 강조했고,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을 통해 심판과 종말 과정을 예언하며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는 소아시아 교회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이 예언한 ‘144000의 실체는?

 

기독교적 종말론의 요체는 늘 깨어 있는 자세로 심판의 날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때에 종말이 온다거나 특정인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순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커진다. 종말이 눈앞에 있다고 하니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하거나 집을 팔아 재산을 헌납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종말론은 통상 세기말에 두드러지는데, 특히 새 천년(2000)을 앞둔 1990년대에 극성을 부렸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마야 달력 등도 방증 근거로 동원되는가 하면 행성 직렬 현상이나 Y2K(밀레니엄 버그) 등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국내에서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년 왕국’, ‘7년 환란’, ‘열 뿔 짐승’, ‘666’, ‘짐승의 표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19921028일 휴거(携擧·공중 들림)가 일어난다고 주장한 다미선교회와 다베라선교회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국내외 많은 종교집단이 종말의 날짜를 예언해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켰고 심지어 집단자살이라는 비극까지 초래했다.

 

신천지도 성경 66권 가운데 요한계시록을 가장 중시한다. 교단 명칭, 마크, 조직 등도 모두 요한계시록에서 따왔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1980년초 요한계시록 10장에 기록된 열린 책을 받는 체험을 한 뒤 1984년 신천지 교단을 설립했다고 설명한다.

 

기독교 이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총회장도 한때 종말의 날짜를 예언했다가 빗나가자 가까운 미래에 심판의 날이 도래해 이 총회장이 보증한 144000명만 구원받는다고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천지는 날짜를 못 박았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요한계시록 74절에는 내가 인() 맞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144천이니라는 대목이 나온다. 기성 기독교단에서는 12지파에 12사도와 1000을 곱한 144000이 많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 반해 신천지는 구체적인 수효로 풀이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역별 조직도 12개로 나누고 다대오(대구·경북), 베드로(광주·전남), 도마(전북), 빌립(강원) 등 예수 제자 이름을 따서 지었다.

 

기성 기독교계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이 144000명 안에 들기 위해서 열성적으로 성경 공부와 전도 등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가출, 학업 포기, 직장 퇴사, 이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한다.  

 

역병 창궐하는 말세·말법시대탄허 스님의 가르침은 종말이 아닌 성숙

 

성경(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의 말세(末世)와 불경(아함경)의 말법(末法)시대에는 똑같이 비참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기록돼 있다.

 

그 징후로는 사람들이 미혹하여 서로 미워하고 서로 죽이고 기근과 재앙, 처처에 지진이 일어나고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형제가 형제를 죽이게 되며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이, 나라와 나라가 싸우게 되고 불법이 횡행하게 된다. 그러나 깨달은 자나,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는 산 속에 숨어 있다가 구원을 받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경의 말세와 불경의 말법시대는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묘사되어 있을까?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많은 나라에선 각 종교의 경전에 이르는 말세·말법시대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 종교가 탄생하고 있다.

 

"내가 깨달은 자", "내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이니 나를 따르지 않으면 모두가 멸망한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교주들이 수없이 많다. 심지어 이들은 말세·말법시대에 닥쳐올 재앙에 대한 공포와 협박으로 교세를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해서 추종자가 많아지고 교단이 비대해지면 교주는 자신만이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대변자라 착각을 일으켜 도취의 불구자가 되어 각가지 범죄와 범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근·현대 한국 불교를 이끌었던 탄허 스님(1913~1983)은 종말에 대해 심판이 아니라 결실이며 성숙"이라고 일갈하면서, 오히려 한반도 국운융성을 전망해 주목된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禪僧)으로 유··(儒彿仙) 삼교에 능통했던 탄허 스님은 일찌감치 1970년대에 경제적으로 매우 빈곤했던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고 예언했다. 탄허 스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광 스님(동국대 불교학술원 외래교수)탄허 스님이 생전 미륵사상에 입각해 말세는 있지만 종말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탄허 스님은 현재 지구의 시간은 사계절 중 여름에 해당하고 뜨거운 불의 기운으로 정신질환과 화병, 기후 변화 등이 일어나지만 이는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 탄허 스님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종말을 우리가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심판이 아니라 결실이다. 종말이 아니라 성숙이라고 말씀하셔서 서구에서는 최후의 심판, 최후의 날로 이슬람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우리 동방의 사상은 심판이나 종말이 아니라 결실이고 새로운 개벽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문광 스님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독교의 예수 재림과 중생 구제의 정신을 담은 불교의 미륵하생 신앙의 상관관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짧은 기간에 기독교가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말세에 미륵부처님이 이 땅에 나타난다는 강력한 신앙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광 스님은 그러한 미륵께서 오셔서 이 땅을 정토로 만들어 주신다고 하는 사상이 삼국시대, 처음 불교가 들어왔을 때부터 가장 강력한 신앙적인 형태였다. 그것이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러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예수 재림으로 또 하나 형태의 심리적 유사성을 가지고 한번 빅뱅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과거에도 역병이 창궐해 왕조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병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말법시대에 탄허 스님은 원각경’(圓覺經: 석가모니가 십이보살十二菩薩과의 문답을 통해 대원각大圓覺의 묘리妙理와 관행觀行을 밝힌 경전)의 한 구절인 말세제중생 심불생허망 불설여시인 현세즉보살(末世諸衆生 心不生虛妄 佛說如是人 現世卽菩薩)’을 강조했다즉 말세에 모든 중생이 허망심을 내지 않으면 부처님이 말씀하기를 이와 같은 사람은 현세에 그대로 보살이라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말세에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참상이 벌어지는 것은 악주권을 청산하고 선주권을 세우기 위한 필연적인 현상이므로 하나님은 이러한 참상 속에서 새 시대를 이룩하기 위한 선주권의 중심을 반드시 세우시는 것이다. 노아, 아브라함, 모세 그리고 예수 같은 분들은 모두 그러한 새 시대의 중심으로 세워졌던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전환기(말세)에 하나님이 바라시는 새 역사의 동참자가 되기 위해선 하나님이 세우신 새 역사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 시대의 섭리는 낡은 시대를 완전히 청산한 터 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시대 종말기의 환경 속에서 싹이 트고 자라나는 것이므로 그 시대에 대하여는 상충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섭리는 낡은 시대의 인습에 젖은 사람에게는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다. 새 시대의 섭리를 담당하고 나왔던 성현(聖賢)들이 모두 그 시대의 희생자가 됐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세에 처한 현세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를 통하여 신령한 것을 감득하도록 힘써야 한다. 다음으로는 인습적인 관념에 집착되지 말고 우리의 몸을 신령에 호응하게 함으로써 새 시대의 섭리에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새 진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말세는 있어도 종말은 없다는 탄허 스님의 가르침은 코로나19 사태를 인류가 더욱 성숙해 가는 계기로 삼으라는 의미 있는 가르침과 울림을 지금 이 시대에 전하고 있다.

 

탄허 스님

 

탄허 스님은 유학자였지만 천도교 신자로 개종한 항일독립운동가 율재(栗齋) 김홍규(金洪奎)를 부친으로 1913년 전북 김제 만경에서 출생했다. 속명은 금택(金鐸), 신식 학교 교육이 시작된 시절이었으나 엄격한 가통(家統)에 묶여 신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수학했다. 20세까지 유학(儒學)을 공부하다가 다시 3년간 도교에 심취하였는데, 지금 ·(老莊) 철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도교 지식도 이때에 흡수한 것이다. 탄허 스님이 입산한 것은 스물두 살 때의 일로, 17세에 성혼하여 이미 아들까지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평생의 스승을 찾아 동서남북으로 구도의 편지를 띄우기 수 년, 당시 오대산 상원사에 있던 한암 스님의 성화(聖華: 훌륭한 이름)를 듣고 편지를 낸 데서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첫 답장이 오고 다시 편지 왕래를 하기 3, 갓 쓰고 도포 입은 유생은 짧으면 3, 길면 10을 기약하고 오대산을 찾아들었으나, 한암 스님의 인품에 매료되어 이것이 영영 탈속의 길이 되었다. 스승인 한암 스님이 입적하기까지 21년 동안 줄곧 상원사에 머물렀던 탄허 스님은 6·25한국전쟁 이후 부산 동래 범어사, 통영 용화사, 삼척 영은사 등지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격화하는 비구·대처 싸움을 피해 다시 상원사로 갔다. 이 시기를 제외하면 그의 승려 생활은 오대산 상원사에서 보낸 것이 대부분이다.

 

1955년 한국대학(지금은 폐쇄됐음)의 요청으로 맡았던 노장철학(老莊哲學) 강의는 오늘날까지 명강의로 유명하다. 처음 1주일 예정이었던 것이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두 번에 걸쳐 연장, 두 달간을 끌었다. 이 강연의 수강생 명단에는 함석헌 선생에서부터 양주동 박사에 이르기까지 당대 쟁쟁한 학자들도 적잖게 포함되어 있어 그의 명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엿볼 수 있다. 한암 스님은 생전에 화엄경론의 집필을 기구(祈求)했는데, 수제자 탄허 스님의 10년에 걸친 대불사도 그의 유촉(遺囑)에 의한 것이다. 1961, 그 유촉을 받들어 방대한 규모의 화엄합론 번역을 시작했다. ‘자구(字句) 하나하나에 피가 맺히는 난해한 연의(演義) 작업에 매달려 발원한 지 10년만인 1971년 봄, 원문 1095048자에 달하는 화엄경80권 집필을 마쳤다. 부처가 행한 49년의 설법 중에서 가장 심오하고 위대하며 광대무변하다는 화엄경은 일본에서 번역·출판된 적은 있으나 논()을 번역, 주석한 학자는 없었다. 화엄학뿐만 아니라 동양 사상의 집대성이라고나 할 이 집필은 원고지로 62500여 장이나 되는 대불사이며, 출판 경비가 당시 무려 수천 만 원으로 추정되어 탈고 2년 반이 지난 시점까지 출판 기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 탄허 스님의 저술을 집대성한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 금장본 전23권  

 

그러던 중 이 얘기를 들은 일본불교신도회에서 원고를 사겠다고 나섰지만, 탄허 스님은 이를 뿌리쳤다. 후대에라도 좋으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손에 이 원고를 꼭 넘겨주고 싶은 염원에서였다. 어렵사리 출판 기금을 마련해 이 원고는 1975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으로 1958년부터 10년에 걸쳐 화엄경 원서 80, 청량국사가 쓴 화엄소초 150, 통현의 화엄론 40권 등 화엄경과 관련한 저술 290권을 집대성하고 번역한 신화엄경합론(23)을 완성했다.

 

탄허 스님은 역해 완간 공로를 인정받아 동아일보사 주최 제3회 인촌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경전은 자상한 주석을 곁들여 우리말로 옮겨놓음으로써 원효·의상 대사 이래 최대의 불사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생을 불교 경전 연구와 번역에 전념한 탄허 스님은 선교(禪敎) 양종에 수많은 업적을 쌓았고, 이러한 체계 위에서 동양의 마음을 찾으려 애쓴 대표적인 선지식이자 선지자였다. 1983년 오대산 월정사 방산굴에서 세수(世壽) 71, 법랍(法臘) 49세로 열반에 들기 전까지 탄허 스님은 동양의 역학 원리로 어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역사를 예지한 선지식이자 선지자였으며, 비록 몸은 산간에 머물렀으나 눈은 우주의 운행을 꿰뚫어 보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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