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美 ‘중국과 주교 임명 합의’ 비판에 폼페이오 알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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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2020-10-02

표면적 이유는 대선 앞둔 정치적 중립”, 교세 확장 위한 친중 행보 

 

미국과 교황청의 외교 수장이 교황청-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안 연장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교황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알현을 거부했다.

 

바티칸은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이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현직 장관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바티칸에 쓴소리를 하자 교황이 접견을 거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현지시간) 주교황청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는다"면서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이러한 종교적 박해에 맞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를 겨냥해 "세속적 고려가 이러한 원칙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체적인 발언의 맥락은 중국과의 주교 임명 합의를 이유로 중국의 기독교인 탄압에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종교 자유를 주제로 한 행사로 교황청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연일 계속되는 거친 발언에 교황청의 외교 수장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황청의 폴 리차드 갤러거 외무장관(대주교·영국)'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 게 자국 대선에 교황을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보느냐'ANSA 통신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이는 정확히 교황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답했다.

 

갤러거 장관은 이어 "보통 정부 고위급 방문을 준비할 때는 사적으로 또는 내밀히 안건을 협의한다. 이는 외교 원칙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측의 외교적 결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중국과 바티칸은 밀월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는 화해국면에 접어들었다.

 

2018년 중국과 바티칸은 주교 임영권을 두고 타협을 했다. 교황이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고,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수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실질적 주교 임명권을 통해 국내 가톨릭 세력을 통제할 수 있고, 교황청은 "주교 임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합의를 근거로 "중국 가톨릭 주교의 최종 임명권은 교황에 있다"고 해석하며 위안했다.

 

이같은 합의가 이뤄지자 가톨릭 내에선 "교황이 중국의 종교 박해를 묵인한 것"이라며 반발이 나왔다.

 

바티칸이 이처럼 중국에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교세확장이 정체된 지금. 중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 종교를 탄압하고 있지만 중국의 로마 가톨릭 신자는 170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인구 14억 명은 교세를 확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중국은 바티칸에게 신천지인 셈이다.

 

 

기사입력 : 20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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