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주 찍어줄게" 개미투자자 홀리는 '주식 리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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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10-11

개미들 빚투리딩방 피해 2년새 7배 가까이 급증사기펀드가 된 사모펀드 

 

‘A, 8000.’ 오전 9,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 리딩방리더가 특정 종목의 매수가를 지정한다. 매수 사인(sign)에 맞춰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A사 가즈아를 외치며 주가 상승을 바란다. 리더는 유료방에서 자신의 지시 덕에 돈을 번 투자자들의 수익을 인증하며 유료방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손실 없이 이익을 거둬들인다고 투자자를 현혹한다. 또한 카카오톡으로는 이런 문자들도 보낸다.

 

‘[긴급] 선착순 익일 대박 수혜주 공개! 저희는 하락장으로 인해 저점 매집된 '극비 대박주'를 정확한 매수매도 시점에 선착순으로 제공해 드립니다. 지금 바로 선착순으로 모십니다. 무료 체험 해보십시오.’

 

현재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백 명의 투자자가 모인 방에서 이런 주식 리딩’(leading: 특정 종목의 매수, 매도 여부를 알려주는 행위)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검색되는 주식 리딩방만 수백 개인 데다 텔레그램과 개별 문자를 통해 이뤄지는 리딩을 고려하면 그 수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리딩을 해주는 이들 대부분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만 하면 업() 영위가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철석같이 믿는 리더는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상당수다. 아예 주식투자를 해보지도 않았거나 초짜도 있다. 유료 주식 리딩방 이용자가 약속한 수익이 나지 않아 환불을 요구하면 막무가내로 환불을 막기도 한다.

 

최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든다.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늘어났지만 주식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다. 주위에서 너도나도 하는 걸 보고 주식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눈앞의 수익만 좇다 주식 리딩방까지 가입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행태가 그 원인이라며, 주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진 않을지 우려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수백만 원씩 떼이는 주식투자자들

 

카페 직원으로 일하는 Y(34·)씨는 지난 8월말 한 유사투자자문업 광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150만원(3개월 리딩)을 결제했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연예인 2명이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데다 국가에서 승인을 받은 업체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갔다.

 

2주 안에 40~50%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가입금액의 90%를 환불해준다고 했지만, 가입하고 나니 업체의 말이 달라졌다. Y씨는 과장광고인 걸 깨닫고 가입철회요청을 했지만 온갖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리딩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나오니 분통할 뿐이라고 했다.

 

50L씨도 6개월간 리딩을 받는 조건으로 지난 6400만원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 L씨는 업체에서 주는 종목이 다음날 장 시작 때 예외 없이 오르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가입했다막상 가입하고 나니 리딩이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업체에서 찍어준 종목이 다음날 장 시작(개장) 때 오르는 것은 시간 외 거래에서 가격이 오른 종목을 알려줘서다. 시간 외 거래로 가격이 오른 종목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뻔한 정보로 전문가 행세를 한 셈이다.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개인투자자들을 노리고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신고하는 업체도 7~8월 들어 증가 추세에 있다. 9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7건에 불과했던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는 7월과 8월 각 70, 64건으로 뛰었다.

 

신규 유사투자자문업자와 개인투자자들이 뒤엉키면서 주식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추후 폭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미 유사투자자문업으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475건에 불과했던 주식투자정보서비스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81621건으로 3.4배나 점프했다. 2019년엔 3237건으로 2년 새 7배 가량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식 인구는 늘어나는데 제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사실상 민원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는 데엔 주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기성 상품에 몰빵을 하거나 빚을 내서 단타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도 한몫을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기회를 놓치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 같다리스크를 감당하면서 투자하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직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말하는 진실수익률은 포토샵으로 조작  

 

주식 리딩방에서 종목을 추천해주는 이들은 과연 전문가일까. 추천 종목은 어떻게 고르는 것일까. 유사투자자문업에서 일했거나 몸담고 있는 3명을 통해 내막을 알아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식시장에 능한 전문가란 존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2년째 주식 리딩방 운영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주식 리딩방엔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종목추천을 해주는 사람 중) 개인 투자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도 있다나 역시도 주식을 모르는 상황에서 리딩을 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3개월간 유사투자자문업체에서 일하다 회의감을 느껴 회사를 나온 B씨는 단언컨대 전문성은 0%”라며 주식을 해봤던 사람 위주로 뽑기는 하지만 주식거래를 해봤다 정도일 뿐 아는 게 없다고 했다. 2개월째 유사투자자문업에서 종사 중인 C씨 역시 전문가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있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매수, 매도 신호를 준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를 하게 하는 높은 수익률 인증샷도 포토샵으로 조작된 가짜 사진인 경우가 많다. A씨는 대부분 회사마다 1명씩 포토샵을 하는 직원을 둔다이들이 수익률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목을 추천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A씨는 재무랑 차트가 괜찮아 보이면 그냥 추천해준다투자자가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저희 쪽에서는 피해를 볼 게 없다. 일단 가입만 하면 사실상 끝이라고 밝혔다. 가입비로 운영되는 형태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가입만 하고 나면 자신들이 신경 써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주식 리딩방 피해 예방하려면가입 전 계약서 요구·할부결제 등 조언 

 

주식 리딩방 가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허위·과장 광고에 속지 않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살아 있는 시장으로 누구도 고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

 

가입 후 수익이 나지 않으면 등록비를 돌려준다는 달콤한 말에도 현혹돼선 안 된다. 유료기간, 무료기간 등을 구분하며 어떻게든 환불을 해주지 않으려는 게 유사투자자문업의 특징이다. A씨는 의무 사용기간이 있다거나 상위 반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고 하는 등 각종 방법으로 해지를 막는다회원들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지 않는 한, 환불을 해주지 않아도 큰 탈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유사투자자문업체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가입 전 계약서를 요구하고 환불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대금 결제는 가능하면 신용카드 할부로 하고, 해지 요청 시 증거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지 거부, 서비스 중단 등 계약불이행에 대비해 현금 지급, 신용카드 일시불보다는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투자조언 눈앞 수익 쫓아선 안돼분할·장기투자 나서야

 

주식 리딩방의 증가 이면에는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심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최근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눈앞의 수익률에 매몰된 투자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우량주·분할·장기 투자라는 교과서 같은 원칙이 답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한국거래소와 KB증권에 따르면 8월 개인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45600억원에 달했다. 개인들의 잦은 매매에 힘입어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도 31조원을 기록,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 회전율은 314.7%2019년 평균 회전율(90.0%)보다 무려 3.5배나 뛰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회전율은 각각 42.2%, 37.7%였다. 그만큼 개인 보유 주식의 손바뀜이 잦았다는 의미이다.

 

동학 개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우량주를 저가 매수해 달라졌다는 평을 받았다.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폭락 공포에 주식을 대거 던지던 기존 행태에서 진화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5월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이상 과열, 6월 우선주 급등, 이후 테마주 열풍 등 과도한 투기적 매매 행태가 재연됐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유입된 동학 개미들이 지나치게 단기 수익 추구에 길들여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투자의 기본 원칙은 장기·분산 투자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흔히 채권은 장기로 투자하고 주식은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여기는데 경기 요인을 타는 주식을 오히려 길게 해야 한다또 산업별로 경기 움직임이 다르기에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분산 투자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주식은 오른 날과 떨어진 날의 비율이 5050으로 수렴한다미국 증시 100년 동안 S&P500, 다우존스 지수 모두 상승·하락한 날이 55로 반분됐고 버블 붕괴 이후 30년간 일본 역시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이 단기 흐름을 맞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반면 기관투자자들은 100년 동안 주식시장을 보며 단기 흐름을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2, 3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DLF부터 옵티머스까지사기펀드가 된 사모펀드

나라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 없다PB의 감언이설에 노인·주부 등 평생 모은 돈 날려

 

사모펀드가 사기펀드로 전락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라임, 옵티머스까지 줄줄이 터지며 은퇴노인·주부·직장인의 한숨이 수천억 원의 손실과 함께 쌓이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는 22, 56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 당국은 201911, 20204월 두 차례에 걸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다. 시장 참여자 간에 견제·감시 장치도 마련했다.

 

그 이후로도 사모펀드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국형 사모펀드의 꿈을 다시 찾으려면 지금까지 나온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판매규제 강화, 진입 문턱 대폭 상향, 보상기금 조성,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추가 대책으로 외양간을 더 튼튼하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7월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기의 온상으로 전락한 사모펀드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고 했어요.”

 

최근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사태마다 투자자들은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나라가 망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피 같은 돈은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지난 1월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L(47)씨는 서울에서 20년째 아등바등 일하며 모은 2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전액을 사기 당했다. L씨는 평소 원금 손실이 날 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않는다프라이빗뱅커(PB)에게 연락이 와서 안전한 상품이 있다기에 알겠다고 했는데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그는 내 선택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힘들다아내가 안전하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S(60)씨는 3억원을 넣었다 낭패를 봤다. S씨는 “75세까지는 일해야 하니 은퇴하고 세차장을 차려 제2의 인생을 살 계획이었다망하려고 해도 망할 수 없는 안전한 투자 상품이 있다며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재촉한 PB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평생 모은 3억원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G(46)씨는 이걸 투자라고 생각했다면 3억원을 다 넣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품이 안전하다고만 강조하니 경각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라임 사태 이후 다들 경계심이 커졌는데 심지어 10억원, 20억원을 넣은 개인 투자자가 있는 이유는 PB들이 안심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디스커버리운용펀드에 가입한 Y씨는 미국에 나가 있었음에도 아버지가 대리 계약했다. Y씨는 계약 당시 저는 미국에 있었는데, 은행 직원이 아버지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리서명을 하도록 해서 서류를 받아갔다고객 투자성향도 억지로 적극 투자형을 설정해 위험 등급이 높은 상품에 가입시켰다고 울분을 토했다

 

예금만큼 안전하다더니'사모펀드 참극' 부른 3

허술한 방임정책 금융사의 수수료 탐욕 그 틈을 노린 3류 운용사

 

사모펀드의 환매 연기 및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라임펀드는 시작에 불과했다. 5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펀드는 사기로 드러났다. 안전한 채권형 펀드까지 환매가 연기되기도 했다

 

예금만큼 안전하다던 사모펀드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곳곳에서 사기, 불완전판매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잇단 환매중단 사태는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풀어준 금융당국, 수수료에 집착해 제대로 점검도 하지 않고 펀드를 판 금융회사, 검증받지 않은 3류 운용사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630일 임시회의를 열어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영업정지를 의결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모은 펀드자금 약 5000억원을 부실 부동산업체 등으로 빼낸 사실이 드러나자 2주도 안 돼 영업을 정지시켰다.

 

라임과 옵티머스를 포함해 부실 사모펀드 판매규모는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6월 하순 홍콩계 젠투파트너스의 채권형 펀드(7000억원), KB증권의 TA인슈어드무역금융 파생결합증권(1000억원) 등도 일부 환매 연기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은 어떤 펀드가 터질지 걱정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2~3년간 금융회사 PB들은 연() 3~5%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며 사모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판매수수료와 실적 때문이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3~5% 수익률을 돌려주려면 5~7% 수익을 내야 한다이를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사거나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사고가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운용사는 대부분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다.

 

사모펀드를 키우겠다며 섣부른 정책을 남발한 금융위는 사태를 키웠고, 금융감독원은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팔 수 있게 하면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의 공간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애초 불완전판매 개념이 없는데 한국에선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로 둔갑해 팔렸다정책당국이 가짜 상품이 판치지 못하도록 사모펀드의 본질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실패·금융사 탐욕·사기에 자본시장 신뢰 '흔들

 

자산운용사는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내는데 따로 만납시다.”

 

20191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융투자업계 사장단과의 간담회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자산운용업을 콕 찍어 일자리창출 우수 업종으로 치켜세웠다. 운용업계 임직원 수는 20155259명에서 20199079명으로 급증했다.

 

일자리 창출 일등공신은 사모펀드였다. 2015350명이던 전문사모운용사 임직원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운용규모는 200조원에서 412조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모펀드를 자본시장의 총아로 평가했던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태도는 라임 사태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안전하다던 사모펀드들이 무더기로 부실화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로 재미 봤던 은행과 증권사들은 조() 단위 자금을 보상해줘야 할 판이다.

 

사모펀드, 1년 만에 벼랑 끝으로최고 책임은 금융당국

 

지난 3~5월 국내 사모펀드에서 5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 은행 PB지난해(2019) 라임·DLF(파생결합펀드)에 이어 올해 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사태가 터지면서 내 펀드는 괜찮냐는 고객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사모펀드를 추천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한국형 사모펀드의 배신을 부른 가장 큰 책임은 금융당국의 섣부른 정책에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최소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운용사들이 난립하게 만든 정책이었다. 201520개에 불과했던 전문사모운용사는 20201분기 225개로 늘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정부가 사모펀드 설립을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처럼 대하며 좌판을 깔았다전문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양식과 도덕성조차 없는 사기꾼들이 시장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낮춰준 것은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판매하게 한 함정이 됐다.

 

당국은 라임 사태를 겪고 노선을 수정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고 은행에서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등 대책을 쏟아냈다. 자기자본이 7억원을 밑도는 운용사를 6개월 내 퇴출하는 패스트트랙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는 양산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위태롭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2분기에도 옵티머스와 젠투, 무역금융 등 환매 중단된 펀드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2년 내에 150곳은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판매사, 검증 안했나 못했나불량채권을 우량채권으로 둔갑시키기도

 

판매사들은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사모펀드를 팔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예금금리+’ 상품에 열광하는 자산가들을 겨냥했다. 은행, 증권사들은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의 확정금리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라임의 플루토 펀드와 무역금융펀드, 옵티머스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이 대표적이다. () 3~5%의 안정적인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판매사는 만기를 6개월 수준으로 짧게 가져가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펀드 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도 자산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자 NH투자증권이 욕심을 내면서 공격적으로 팔았다지점에서 상품본부에 판매를 승인해달라고 거꾸로 요청하는 사모펀드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상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생 운용사들은 판매사 요구에 응했다. 불가능한 운용 방식을 가능하다고 속이면서 상품을 만들었다. 사기꾼들은 이 틈을 노려 불량 채권을 우량채권으로 둔갑시키는 수법도 썼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사모펀드 참극의 핵심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옵티머스펀드 사고가 터지자 1만여 개에 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전수조사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전수조사 기간이 3~4년 걸리는 데다 회계법인 수준의 실사가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큰 의미도 없다가짜 중위험·중수익 사모펀드를 집중 조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실 사모펀드 규모만 5, 투자자·금융사 보상분쟁 가열보상 기준 등 없어 혼란 

 

라임펀드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도미노처럼 일어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물어줘야 할 피해보상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기 혐의나 운용 부실, 불완전판매 등이 드러난 사모펀드 규모만 56000억원에 달한다. 수많은 사모펀드의 보상을 둘러싼 투자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은 점차 가열될 수밖에 없다. 펀드마다 부실 사유나 판매사 책임 소지 등이 다르고, 뚜렷한 사모펀드 보상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보상 절차는 이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630일 투자자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었다. 이 펀드는 라임자산운용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맡았던 신한금융투자의 조직적인 사기 혐의가 드러나 100% 보상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모든 화살은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운용사 잘못이 크더라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이 판매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위가 열리기도 전에 판매사들이 밝힌 선보상 규모만 1조원 안팎에 이른다. 라임 헤리티지 등 주로 사기 혐의가 짙은 펀드가 그 대상으로 선보상 비율은 투자금(또는 손실금)30~50% 수준이다.

 

여타 부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이 수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사기 혐의에 연루되지 않은 이상 선보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옵티머스펀드(5000억원), 젠투파트너스펀드(7000억원), KB TA인슈어드 무역금융(1000억원), 디스커버리(2000억원) 등의 부실 사유나 판매사 책임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증권회사 임원은 일부 펀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부실화한 측면이 크고, 불완전판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판매사가 잘못한 만큼 보상해야 하지만 모든 금전적 책임을 홀로 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상기준이 있어야 한다분쟁조정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해주면 수용하고, 아니면 행정소송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보상 수준을 놓고 투자자와 판매사 간 분쟁은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상기금을 마련해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임 몸통김봉현 강기정 주라고 돈 건네강기정 "사기·날조반박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로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증언을 전해들은 강 전 수석은 완전한 사기·날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08일 김 회장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진행된 이○○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김 회장을 정치권에 연결해주고 스타모빌리티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이 대표에게 전화가 와서 내일 청와대 수석을 만나기로 해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가 필요하다고 해 5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쇼핑백에 담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다 넘어가지는 않더라도 (청와대 수석에게) 넘어가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오래된 지인 K(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의 주선으로 이종필 라임자산 부사장과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K의원실을 직접 찾아갔다면서 김 의원이 직접 도와주겠다면서 금융감독원에 전화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 회장이 진술한 내용 중 저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 날조라며 한 치의 금품수수 사실도 없으며 민·형사상 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력하게 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 역시 재판 과정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 회장에게 금품을 받아 전달한 사실은 부인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철저 수사지시 

정부·여당 관계자 수익자로 참여문건 늑장보고 중앙지검에 하명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10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금융사기는 물론 로비 의혹까지 포함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같은 메시지를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전달했고 신 부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윤 총장의 지시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일반적 지시라며 로비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등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지난 7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과 문건을 확보했지만 이를 뒤늦게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 사내이사이자 공범으로 재판을 받는 윤모 변호사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문건에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던 여당 정치인 및 정부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하고 있어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문건에는 한때 옵티머스 고문을 맡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 58일 모 자치단체장을 만나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한 패스트트랙 진행 확인을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와 관련 채 전 검찰총장 측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 자리에서 해당 단체장을 만났다면서도 물류단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인허가 등과 관련한 어떤 말도 꺼낸 사실이 없다고 로비의혹을 부인했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용어도 처음 듣는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중앙지검 조사1부에서 수사해 기소했다. 중앙지검은 지난달 경제범죄수사부에 재배당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에 긴장·현직 인사 줄줄이 연루 의혹

 

검찰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여권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여당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09일 서울 종로구 세종이야기미술관에서 열린 킹 세종 더 그레이트출판기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여권 관계자들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법대로 철저히 수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아직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에야 당도 입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는 의혹 수준에 불과하다“(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여권 인사를) 억지로 엮고 있다.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로비 의혹과 옵티머스 사태에 여권 주요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혹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선 기동민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 의원 A, 전 의원 B,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C씨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 와중에 지난 8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김 전 회장 재판 증언이 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한 대대적 공세 채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권 고위공직자들의 이름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 문건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정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옵티머스 관계자가 작성한 내부 문건이기에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일 언론을 통해 여당 인사들의 사모펀드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것을 촉구했다.

 

사모펀드, 근본부터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서는 공식처럼 비슷한 증언이 쏟아졌다. 수수료에 눈먼 은행·증권사는 양심을 저버렸다. 권해서는 안 될 고객에게 나 못 믿느냐는 듯이 공세적 마케팅을 폈다. 그 결과 고위험 사모펀드가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해 팔려나갔다. 디스커버리펀드는 93, 팝펀딩 연계 펀드는 90세 노인을 가입시켰다. 각종 서류·절차는 얼렁뚱땅 무시됐다. 2015년 당국의 규제완화를 틈타 부실 운용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자라났고, 이들의 사기·횡령이 드러났을 땐 이미 돌려줄 돈은 바닥난 상태였다.

 

어긋난 사모펀드 시장을 바로잡는 대안은 크게 두 방향에서 논의된다. 고객 보호를 위해 운용·판매 규제를 더 촘촘히 하자는 의견과 아예 꾼들의 놀이터로 되돌리자는 제안이 함께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당국이 판매 규제를 강화했으나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려면 과징금을 더 높이고 금융회사가 판매 수수료보다 자문 수수료로 수익을 내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213월 시행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가 적발되면 거둔 이익의 50%를 과징금으로 토해내도록 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징금을 최대 200%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를 다루는 은행·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 선취 판매수수료인 한 팔면 그만인 관행이 사라지기 힘들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고객 수익에 비례해 자문 보수를 받는 자문수수료 중심으로 바꿔야 사후 관리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 시장의 담을 높이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알아서 투자하고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황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력과 능력, 경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곳이 사모 시장이라며 기본적으로 개인이 사모 시장에 들어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400조원이 넘는 사모펀드 투자액 중 개인투자자 투자액은 20조원뿐이라 개인을 다 들어내도 사모펀드 시장의 95%는 살아있다정부는 개인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사모 시장이 무너지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역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대안 거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는 사기판이 된 사모펀드 문제를 풀 대안으로 종종 거론된다. 피해 구제가 쉽도록 길을 넓히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죄지을 엄두 자체를 못 내게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하면 평판이 크게 훼손되고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받아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주요 금융 다단계 사기로는 버나드 메이도프가 세운 페어필드 센트리 헤지펀드가 거론된다. 이 회사의 투자금 돌려막기와 불완전판매는 2009년 세상에 드러났다. 미국 연방법원은 메이도프에게 벌금 1700억달러(204조원)를 부과하고 최대 형량인 징역 150년형을 선고했다. 모든 재산도 몰수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판매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이를 피하려고 상품판매 감독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징벌적 손배제는 사후 대응 수단이지만 사전예방책도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황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기존 법체계에서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기 힘든 것으로 드러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수 있다다만 사모펀드 사고는 최근 급증했다. 보상이 충분히 됐는지 판단할 경험치가 아직 쌓이지 않았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한국의 대륙법 체계와 영미식 징벌적 손해배상은 맞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륙법계는 절차를 통해 증명된 피해 한도 안에서 경제적 손해를 100% 배상하도록 한다. 형사처벌과 민사 배상 간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미법은 실제 손해에 더해 사회정책적 피해도 돈의 형태로 보상해야 한다고 본다. 이 교수는 우리 법체계에서는 손해배상이 100% 되도록 기존 법부터 보완하는 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보다 더 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허술한 범죄수익 환수 제도도 정상화해야 한다. 제조물 책임·증권 분야 등에 적용 중인 절름발이 집단소송제도 고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집단소송제는 디스커버리 제도와 함께 들여와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내부 증거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금융 감독·정책 기능 재정비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어색한 동거를 하는 현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의 정책, 금감원의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해체·재조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같이 할 수는 없다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당장 두 기관을 합칠 순 없으니 현재로서는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그래야 갈등이 발생해도 조정이 수월해진다고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금융사를 감독하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기금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는 사모펀드 피해자가 손실 배상까지 오랜 시간 지난하게 매달려야 하는 구조다. 영국·미국은 관련 기금을 통해 사모펀드 사기·불완전판매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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