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죄 포함 '모자보건법' 전면 손질…후폭풍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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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10-12

미성년자도 24주까지 부모동의 없이 낙태 허용종교계 강력 반대전면 폐지 요구도   

 

낙태죄를 포함한 모자보건법(母子保健法) 전면 손질된다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모자보건법일부 개정안을 107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있는 형법의 자기낙태죄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는 헌법불합치(2019411)이므로, 2020 1231일까지 개선 입법하라는 헌법재판소(헌재) 주문에 따른 후속조처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낙태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낙태 허용 범위를 넓혔다임신 25주부터는 낙태를 하면 종전대로 처벌받는다미성년자도 불가피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상담만 받고 낙태시술이 가능하다자연유산 유도약물도 허용된다. 헌재가 2019 4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오는 연말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16개월만이다.

 

그러나 후폭풍도 예상된다개정하는 조항은 지난 8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중단 비범죄화(非犯罪化) 위해 임신 주수(週數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형법 개정안에서는 먼저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처벌조항과 허용요건을 형법에 함께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 낙태죄 등 모자보건법의 일부 개정인이 10월7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 됐다 /출처: 메디컬리포트    

 

낙태죄 관련 현행법 체계는 처벌조항을 규정한 형법과 임신 24 이내 처벌 제외 요건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돼 있으나 형법 개정안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낙태의 허용요건’ 조항( 270조의2) 신설해 처벌·허용 규정을 형법에 일원화하고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에 더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함으로써 낙태죄 조항(현행 형법 269 1270 1)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가능 기간을 ‘임신 24 이내 설정하고 다시 이를 임신 1424주로 구분해 허용요건을 차등 규정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임신 임부 건강위험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임신 24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 모자보건법 1428동법 시행령 15) 형법 개정안은 헌재 결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임신 14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절차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있다. 또한 임신 1524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헌재 결정(헌법불합치단순위헌 의견)에서 명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다.

 

절차적 허용요건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띤다낙태 방법을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하기 위해 임신 24 이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경우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24시간의 숙려(熟廬)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비판이 있었던 기존 '모자보건법'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약물이나 수술  의학적 방법으로 시술방법을 구체화해 시술방법의 선택권을 확대했으며 중앙 임신·출산지원기관을 설치원치 않은 임신의 인지나 아동유기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있도록 긴급전화  온라인 상담 등을 제공하도록 했다.  보건소와 비영리법인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도지사 지정)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치·지정해 임신여성과 가족에게 정서적 지지지원정책 정보제공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한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고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할  있다.

 

비영리법인 등이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한 상담을 제공하고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하고자하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도지사로부터 지정을 받도록 해서 상담기관의 접근성을 제고하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지정취소 또는 업무정지하고 지정을 받지 않고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한 자에 대한 벌칙(1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이하의 벌금) 규정했다.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학적 정보 접근성 보장과 반복적인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해 의사에게 시술방법후유증시술 전· 준수사항  시술  충분한 설명 의무를 두고 본인 서면동의규정을 뒀다. 또한 심신장애의 경우 법정대리인 동의로 갈음할  있으며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 사실 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있다.

 

16 이상의 경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받기를 거부하는  불가피한 경우 상담 사실확인서만으로 시술할  있으며  16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부재 또는 법정대리인에 의한 폭행·협박  학대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을  없는 경우 이를 입증할 공적자료와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 등으로 시술이 가능하다

 

아울러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 거부를 인정하고 여성의 시술접근성 보장을 위해 의사는 시술요청 거부 즉시 임신유지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하도록 했다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임교육  홍보인공임신중절 관련 실태조사  연구국민의 생식건강 증진사업(월경 건강생식기 질환 예방임신·출산에서의 건강보호  의료서비스 지원 등을 추진해 원치 않는 임신 예방 등을 지원할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한편 정부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있도록 하고 해당 의약품의 안전사용 시스템 구축불법사용 방지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자연유산 유도 의약품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한 경우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상담도 추진할 방침이다.  

 

종교계 정부 개정안, 태아살인 합법화생명경시 문화 확산될 것

 

정부가 107일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생명운동가들과 종교계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등 44개 여성·학부모·종교 단체가 연대한 행동하는프로라이프’(프로라이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개정안이 태아 살인을 합법화하고 생명경시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혜성 프로라이프 운영이사는 성명에서 국내 낙태의 95.3%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14주라는 기준에 살아남을 태아는 없다이 시기의 태아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고통을 느끼는 태아에게는 더욱 가혹하고 엄마에게는 자궁을 더 깊이 긁어내야만 하는 위험천만한 시기이다. 태아와 엄마의 생명권을 모두 보호하지 않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 44개 여성·학부모·종교 단체가 연대한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관계자들이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 임신한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신 15~24주엔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에 따라 조건부로 낙태를 할 수 있다. 16세 이상 미성년자도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낙태할 수 있다.

 

생명운동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낙태반대 여론이 많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이 106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생명의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나의 질문에 응답자의 39.4%수정된 순간이라고 답했다. ‘심장박동이 들리는 6주부터29%, ‘22주부터9.4%, ‘출산 후부터12.5% 순으로 나왔다.

 

만약 낙태를 허용한다면 낙태 허용 여부의 기준을 언제부터 해야 하나는 질문에 응답자의 33.8%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 위험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6주 이전까지 허용한다20.3%, ‘임신 초반부인 10주까지 허용18.7%로 나왔다. ‘모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19.9%에 그쳤다.

전국 174명의 여교수로 구성된 낙태죄 개정안 반대 여성교수 모임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낙태법 개정안은 무분별한 성관계를 조장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장하며 책임의식의 부재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신교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는 논평에서 임신으로 생성된 태아는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있다 하더라도 별개의 생명체로서 존중돼야 한다국회는 입법 논의 과정에서 생명존중의 원칙을 분명히 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은 낙태죄 개정안은 생명과 관련된 것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생명운동가들은 모든 주수(週數)의 낙태를 반대하지만,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10주 이내로라도 낙태를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교계가 생명을 지키는 법안과 운동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미국은 1973년 낙태가 합법화된 후 5800여만 명의 태아가 죽었고 이를 반성하는 생명존중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교회가 생명을 죽이는 법안을 막고 생명존중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가톨릭은 이번 개정안을 사실상 낙태 자유화로 보고 있다. 낙태의 95%가 임신 12주 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보다 더 길게,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임신 24주까지도 낙태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사유라는 게 애매하다. 명시적인 기준이 없다. 그래서 임신 초기를 넘어 중기에도 낙태가 가능하다면, 사실상 낙태 자유화가 아니냐는 것이다.

 

가톨릭교계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최근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추진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교단은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면,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약자 보호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염 추기경은 친서에서 "낙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허용하려는 시도는 낙태가 합법화돼 있는 선진국에서도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법률로 낙태를 금지할 수 없다면 대체입법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제안했다. 미혼모가 익명이나 가명으로 출산하고 입양시키도록 보장해주는 익명출산법제정, 미혼모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양육비 이행법과 한부모가족지원법 강화 등이다.

 

가톨릭교회가 낙태에 반대하는 이유는 태아가 바로 인간 생명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태아는 인간 생명이다. 태아가 작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약하다. 자기 목소리도 없다. 그러나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더 자라면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인간 생명이다. 그래서 낙태는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낙태죄 완전 폐지해야청와대 앞에서 시위

입법예고안, ‘자기결정권 존중취지 반해상담 의무’·‘의사 낙태 거부권 인정도 반대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기만적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10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 처벌을 유지하고, 보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됐으며, 그동안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날 공동행동 측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주수 기간, 사회적·경제적 사유, 상담 등의 절차와 같은 허용 요건을 신설하면서 위헌적 상태를 제거했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여성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여성에 대한 처벌을 끝내 유지하면서 여성의 권리와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또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요건으로 상담과 숙려기간을 의무화한 점도 우려했다. 그동안 이같은 제도를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오히려 낙태 시기를 늦춰 여성 건강을 해롭게 할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10월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임신 당사자의 의사 결정권을 침해하는 상담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상담 내용과 기준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공동행동은 정부 입법예고안이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낙태 거부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현재 산부인과의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큰 상태에서 (의사의 낙태 거부를 인정하면) 여성들은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면서 이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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