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선사, 법당 현판과 주련…한글로 채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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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0-10-15

주지 도정 스님 불교의 가르침 쉽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는 소신의 반영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표지석이나 현판의 산() 이름과 사찰 이름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사찰을 찾는 이들이나 한문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모른 척하며 도량에 들어선다. 하지만 대웅전이나 그 많은 집들에 붙어 있는 한문 현판,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문구) 등을 보며 또 머리가 띵해짐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초서체로 난해하게 흘려 써 내려간 주련의 내용은 대만이나 중국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붙여 놓은 글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한글이 이 땅에서 만들어진지 올해(2020)557주년이 되었고 신미 스님이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지으면서 모두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배워 익혀 지혜를 계발하고 평등하게 소통하며 근심 걱정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원력이었을 텐데, 아직도 절집은 한문으로 안내하고 있어 절집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은 불편해 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남선사(南禪寺)가 대웅전을 비롯해 법당 현판과 주련을 제557회 한글날(109)을 맞아 한글로 내걸고 있어 화제다.

 

2012년 창건 때부터 법당에 한글 현판불교 대중화의 취지

 

2012년에 창건된 남선사는 창건 당시부터 법당에 한글 현판을 붙였다. 최근에는 3개의 건축물 기둥에 총 13개의 한글 주련을 내걸었다. 한국 사찰에서 한글 현판과 한글 주련을 동시에 쓴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남선사가 법당 건축물에 한글을 활용한 것은 주지인 도정 스님의 쉬운 불교에 대한 소신에서 비롯됐다. 이 사찰을 세운 도정 스님은 한국 불교가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당 현판과 주련에 한글 사용을 실천한 이유다.  

▲ 제주도 서귀포시 남선사 다실(茶室) 춘다원의 한글 현판과 주련. /남선사 제공  

 

한문에 능통한 사람도 한자로 흘려 쓴 현판과 주련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 한자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는 한자로 된 사찰 이름을 읽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한글을 활용해 불교의 대중화를 이루자는 취지이다.

 

쉬운 불교에 대한 생각은 한글 주련에 명확히 나타난다. 보통 한국 사찰의 주련은 경전과 오도송(悟道頌: 선승의 깨달음을 나타낸 시)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남선사의 주련은 법구경과 6개 일반 서적에서 따왔다. 이들 서적의 문장은 불교와 연관이 있거나 이해하기 쉽다.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는 부처님의 고귀한 선물’ ‘깨닫지 못해도 진리의 한 자락을 접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사람에게서 맑음과 향기로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는 식이다.

▲ 제주도 남선사 주지 도정 스님이 다실로 쓰는 춘다원 앞에 서 있다. 춘다원은 한글 현판과 한글 주련 2개가 걸려있다. /도정 스님 제공    

 

경전에서 따온 주련들도 한자 문장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게 아니라 알기 쉽게 해석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웅전인 향적전 주련에는 법구경 구절인 無病最利(무병최리) 知足最富(지족최부) 厚爲最友(후위최우) 泥源最樂(이원최락)’을 해석한 세상에 병 없는 것이 가장 큰 은혜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네. 친구 중에 제일은 믿음이란 벗이요. 즐거움의 제일은 고요한 열반이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도정 스님은 주련을 직접 제작하면서 조선시대 신미대사께서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도록 석보상절을 지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꼭 불경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맑음과 향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한글 문구로 새겨놓은 남선사의 주련  

 

스님은 이어 유네스코는 1997년 한글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987년부터 세종대왕상을 제정해 인류의 문맹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주는 것도 한글이 가진 우수성을 인정한데서 비롯된 만큼 불교도 어려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한글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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