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주의 짓밟은 트럼피즘-기독교복음주의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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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홍 대기자 2021-01-10

트럼프 극렬지지자들이 공격200년 만에 의회점거 사태한국정치권 반면교사 삼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16(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미국 의사당이 공격당한 것은 1814년 미·(美英)전쟁 당시 영국군이 워싱턴 DC를 공격해 의사당에 불을 지른 후 약 200년 만이다.  

 

이번 사태의 촉발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부추겼다. 그는 이날 오전 워싱턴 시내에 집결한 지지자들 시위 때 연단에 올라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의회로 행진할 것이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후 의회로 몰려간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경찰이 의사당 난입을 막는 과정에서 시위대 중 1 명이 총을 맞고 사망하는 등 4명이 숨졌다. 시위대 수천 명이 의회를 둘러싸자 워싱턴 DC와 인근 버지니아 주()방위군이 출동해 시위대를 몰아냈고, 워싱턴에 오후 6시 이후 통금이 내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트위터에 평화를 유지하라고만 했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트위터 동영상을 올려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202011월 대선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졌지만 47% 득표율로 7400만표를 받았다. 과거 최다 득표 기록이었던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6900만표를 넘는 수치다. 지지율에 기댄 트럼프는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에 나섰고, 그에 동조한 일부 극우 지지층이 폭도로 돌변한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4년간 (트럼프의) 독소적인 정치와 의도적 허위 정보가 의사당 점거를 부채질했다고 했다. 결국 트럼프는 거센 반발에 직면, 7일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언급했다. 대선 65일 만에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정치전문 매체 더 힐첫 대선 패배 인정이라고 평가했고, AP조기 퇴진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마침내 현실로 몸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민주당에선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시위대 난입으로 6시간여 중단됐다가 속개돼 7일 새벽까지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는 바이든 당선을 최종 확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20019·11테러 이후 마련된 의회 대피 매뉴얼이 실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저녁 6시부터 7일 오전 7시까지 통금을 명령하고, 바이든의 취임 다음 날인 21일까지 보름간의 공공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시위를 공식적으로 조직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이란 친()트럼프 그룹이다. 백악관은 이 시위를 트럼프를 위한 행진(March for Trump)’ ‘미국을 구하는 유세(Save America Rally)’라고 불렀다. 하지만 프라우드 보이스등 미 전역의 극우 단체들이 가담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몇 주 전부터 최대한 많은 무기로 무장하고 오라는 글들이 게시됐다

 

트럼프 포퓰리즘의 위력정치·이념까지 삼켜버린 양극화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는 이번 대선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그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은 갈수록 깊어가는 정치적·이념적 양극화다. 이런 상황은 역대 최다 득표 패배라는 대선 결과에 응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7400만표를 얻었는데, 이는 바이든 당선인을 빼면 미국 대선 사상 가장 많은 득표였다. ‘독불장군’, ‘무논리로 통하는 트럼프의 극단적 노선에 호응하는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재임 4년 동안 이념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은 분명하고, 고졸 이하 백인이라는 트럼프의 전통적인 지지층 외에 흑인과 히스패닉 중에서도 트럼프의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정책 소수자가 돼 가고 있으며, 앞으로 자기 이익은 대변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런 불만이 잠재돼 있다가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이념 양극화가 깊어진 저변에는 경제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노동집약산업의 생산기지를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으로 옮기는 오프쇼어링을 해왔다. 2000년대부터는 콜센터 같은 서비스업도 해외로 옮겨갔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가 주로 해오던 일자리가 증발한 것이다.

 

세계화로 러스트벨트(rust belt: 북동부 공업지대) 제조업은 점점 쇠퇴했고, 동부와 서부에서는 첨단산업과 금융이 발달하면서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여전히 공화당 지지층의 60%가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경제문제가 정치·이념 양극화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미디어 지형 변화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대표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정보 왜곡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 SNS로 생산되는 가짜정보를 진실이라 믿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바이든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는 갈등 해소인데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의 갈등은 이성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이념 갈등이 아니라 감성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진영 갈등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념으로 포장된 감정적 대립이어서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제조업 위기 같은 상황은 미국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장 등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해결이 녹녹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백악관에 이어 하원과 상원을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치르며 두 동강이 난 미국을 바이든이 통합하기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트럼프는 퇴임 후에도 정치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자신을 지지하는 상·하 의원들과 지지세력을 규합해 바이든에게 지속해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이번 사태는 선동적인 정치인과 그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이 민주주의 토대를 언제든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분열 정치의 위험성과 통합 정치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진영간 대립이 첨예화한 한국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트럼프를 떠받쳐 온 기독교복음주의와 트럼피즘

 

2004년 조지 부시는 재선에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 보수주의의 가치를 들고 나왔다. 낙태를 반대하고 유전자 조작을 죄악이라고 명명했다. 4년 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승리의 주역이 미국 복음주의자들이었다. 확실한 통계인지 알 수 없으나 복음주의자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힘겨운 미국 서민들이 길게 늘어선 투표소의 줄을 지나칠 때, 복음주의 백인들은 너도나도 달려나가 그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승리했다.

 

미국은 유색인종(흑인·히스패닉·동양인)들이 백인들로부터 소외된 나라이고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남부 백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남부 백인들의 정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복음주의적 신앙'이다. 이들은 20세기 막바지에 미국 복음주의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복음주의를 이끌어가는 세대는 50~60대로, 경제력을 소유한 백인이거나 그들의 도움을 갈구하는 서민들이다. 백인 서민들은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게서 찾는다. 기독교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교도와 낙태를 허용하는 진보주의자 그리고 동성애가 그들의 행복을 갉아 먹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오마바정부의 FTA(자유무역협정) 실패로 미국 중산층의 직장이 사라지자, 그들을 대신해 이교도를 심판할 메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는 그렇게 복음주의의 메시아가 되었다.

 

실제로 트럼프정부 정책에서도 복음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트럼프는 백인 보수층의 권익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유세현장에서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으로 묘사하거나, 멕시코 불법이민자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이행했다. 뿐만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폐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폐쇄적··고립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은 미국 정계에서 수준 이하로 평가받았으나 백인 보수층을 중심한 대중의 지지를 받고있는 기현상(트럼피즘)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엇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체된 임금 수준에 대한 분노가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의 열풍에 기름을 붓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2016511).

 

중년 백인 남성의 분노와 상실감이 트럼피즘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미국 럿거스대 존 헬드리치 노동력개발센터가 20109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리먼 사태 이후 높은 실업률 원인을 물었을 때 응답자는 값싼 외국인 노동력’ ‘불법이민’ ‘월가 은행가들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기사입력 : 20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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